성부, 성자, 성신
“오늘부터는 약유장에 대한 해설을 하기로 했지요?
병세장에서 병에 대한 원인과 진단을 내렸으니 이번에는 처방전을 내놓는 순서가 됐습니다.
덮어놓고 문제만 지적하는 건 쉬운 일이나 대안이나 답을 내놓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지요.
더욱이 선천의 낡은 문화유산을 치유하는 처방을 내놓는다는 것은 개벽주가 아니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약유장은 3절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절의 내용은 현산님이 읽어 주기 바랍니다.”
현산은 특유의 비음을 섞어가며 큰 소리로 읽어내렸다.
“聖父 聖子 聖身 元亨利貞 奉天地道術 死生辦斷 大仁大義無病”
“네. 수고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은 원형이정으로 천지도술을 받들어 사에서 생으로 가는 길을 판단하니 이를 가리켜 대인대의로 무병이라 한다는 뜻이 되겠군요.
성부와 성자와 성신이라고 하면 마치 기독교에서 세례를 줄 적에 사용하는 용어를 연상하게 하는군요. 물로 기독교의 성신은 聖神이기에 서로 다르지만 소리로는 같습니다.
성부는 己未태세이고, 성자는 己丑일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기독교에서는 성부는 막연한 하늘에 있는 여호와요, 불교나 여타 다른 종교에서도 역시 막연한 하늘을 믿고 신을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늘은 시공의 법칙을 주재하고 음양오행을 운행하는 하늘이요, 신입니다.
선천에는 무진에서 아버지가 나타났으나 후천에는 기미로 나타나는 하나님이고, 태세를 이루는 기축일진이 성자입니다.
선천의 종교에서는 자식이 어려서 천지부부가 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 삼강오륜을 삼았으나, 후천에서는 자식이 장성하여 어엿한 가장이 되므로 성부, 성모가 아니라 성부, 성자의 관계라고 하였습니다. 장성한 자녀는 자식을 낳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된 몸을 가리켜 聖身이라고 합니다.
성신으로 정성한 자식이 성자가 되면 부모는 당연히 성부가 되겠지요.
성자를 팔괘로 말한다면 용담도의 5진뢰가 됩니다. 그 자리는 낙서의 서북방 戌亥 3음 자리였는데, 음이 다하면 양이 발생하는 법칙에 따라 3음 자리에서 1양인 진장남이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기미가 성부요 기축이 성자라면 성신은 뭐가 될까요?”
“己巳가 아닌가요?”
“묵산은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사가 왜 성신이라고 보았나요?”
“성신은 다 자란 몸이니까 임금을 가리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 큰 聖子도 임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게 아니라 성신은 몸을 가리키는데, 몸은 낙서에서는 진술축미로 나타나게 마련이지요?
진술축미 자리로 후천에는 자오묘유가 들어가므로 기묘, 기유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기묘, 기유를 성신으로 봅니다.
즉 무진, 무술을 온전하게 하여 거룩한 몸으로 만든 게 기묘, 기유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성부, 성자, 성신을 수평으로 나란히 쓴 이유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