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수
약유장 1절의 글자 수를 보면 ‘대인대의무병’ 여섯 자를 제하면 19자가 되는데, 이것은 佛數를 가리킨다고 하였지요? 적멸수는 적멸장의 첫 머리의 숫자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약유장 1절은 적멸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상에 유통시킨 것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그걸 수리로 확인을 한다면 약유장 1절 19수에 중앙수인 ‘대인대의무병’ 여섯 자를 합하면 25가 되고, 그걸 다시 천지인 3계로 곱한 후에 29착종수를 더하면 104수가 됩니다. 현무경 적멸장의 총 글자 수가 몇 자였지요?”
“104자입니다.”
“29착종수를 더하는 이유는 후천의 첫머리 2곤지와 선천의 꼬리인 9리화가 서로 조화를 부리는 것이 구체적인 천지도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29라는 숫자는 어질 仁數 57의 중심을 가리킨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57자로 된 곳은 하편의 주공장(做工章)인데, 주공이란 말은 지상선경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104의 의미를 한 번 살펴볼까요?”
104라? 그건 52의 곱이요, 52는 26의 곱인데, 거기에 무슨 의미라도 있다는 말인가?
“104는 13 × 8입니다. 즉 천유 13도가 8방에 충만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8방은 8괘와도 상통하는 것으로, 하나하나가 모두 우주를 가리킨다고 볼 적에 그 속에는 천유 13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올바른 체(體)라고 하겠죠. 그래서 104는 불도라고 하는 겁니다. 불은 19적멸수라고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영원불변하는 본체를 가리킵니다. 조화(造化), 교화(敎化), 치화(治化) 중에서 불도는 어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나요?”
“교화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나요?”
“조화는 항상 변하는 거니까 선도(仙道)요, 치화는 유도(柔道)이니까 자연히 조화는 불도라고 봅니다.”
도산은 자신 있다는 듯이 큰 소리로 답을 하였다.
“맞습니다. 불도는 원래 불변하는 바탕인 적멸궁을 찾아가기 때문에 심법(心法)을 찾는 겁니다. 아마 불교처럼 마음을 강조하는 종교는 없을 겁니다. 기독교는 마음보다 천지를 창조한 신을 믿으라고 하는데, 창조는 조화에 속하기 때문에 기독교는 선도에 속한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유교는 삼강오륜 등, 인의예지를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정치에도 관여하는 전통이 있으니, 그것은 곧 치화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여하튼 적멸장이나 약유장 1절은 다 같이 104수가 나왔다는 걸 유념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