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장
“모르면 옥편을 찾아보세요.”
정도는 운곡선생의 강좌를 들으면서 한자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던 참인지라, 항상 옥편을 지참한 채로 강좌에 임했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입에서 ‘지을 주’라는 대답이 흘러 나왔다.
“人과 故가 합한 글자이죠?
원래 做는 ‘지을 作’의 속자(俗字)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따로 쓰게 된 글자입니다.
故는 古와 攵(두두릴 복)이 합한 글자이니, 옛 시절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면서 돌아간다는 뜻이 들어 있지요.
그것이 人과 합하면 ‘사람이 본래의 상태를 짓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따라서 做工은 ‘우주의 본래 설계대로 지음’이라는 뜻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주공장은 조선국을 통해서 우주창조의 본래 설계도가 현실적으로 드러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무경 서종과에서 말한 언청신계용의 바른 의미가 여기에서 풀어지는데, 인간의 중심에 있는 신의 말씀을 전하고(言), 들으며(聽), 계산해서 활용하는 게 현무경 서종과의 첫 선포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計라는 글자를 보면 言과 十을 합하였으니, 이것은 진리의 말씀을 十무극으로 화하게 한다는 뜻이 있지요.
무극이 인간의 자성에 정착한 상태를 뭐라고 할까요?”
“황극이 아닌가요?”
도산이 다소 자신감이 떨어지는 말투로 답을 하였다.
“그보다는 無極神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언청신계용’의 중심에 神을 집어넣은 겁니다.
사람의 자성에서 진리가 밝아지면 더 이상 무극이나 태극, 황극은 極이 아니라 神으로 화한다는 말이지요.
즉 인간의 자성은 무극과 태극, 황극이 신으로 화하여 좌정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간 선천에서는 무극이나, 태극, 황극을 신으로 보지 않고 학문적인 개념으로 보았었지요.
물론 그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런 학문이나 이치가 막힘이 없이 밝아지면 신이 되는 겁니다.
上計, 中計, 下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상, 중, 하를 모두 계산하지 않으면 써 먹을 수 없지요.
인간이 신처럼 자유자재로 모든 걸 써먹기 위해서는 신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가리켜 ‘上計神, 中計神, 下計神’이라고 한 겁니다.
조선국으로부터 이런 신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우와!”
누군가 커다랗게 탄성을 질렀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옳소!’ ‘당연하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도의 가슴에도 벅찬 희열이 넘쳤으나, 과연 인간이 신으로 화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과연 사람이 그렇게 될 지, 안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강아지가 자라면 개가 되고, 송아지가 자라면 소가 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하나님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