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둥글게 그리면 아무래도 불편하겠지요.”
“그렇겠죠.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원형은 하늘을 닮아서 형상을 담을 수 없다는 점이지요.하늘이나 땅은 다 같이 커다란 그릇인데, 하늘은 무형적인 요소들을 담는 그릇이고, 땅은 형상이 있는 모든 것들을 담는 그릇입니다.
바둑판은 흰돌과 검은 돌로 상징하는 음양이 무궁한 변화를 일으키는 마당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음양은 본래 하늘에 있던 것인데, 그것이 형상을 지니게 되면 흑백으로 갈라집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모든 색을 다 합해 놓으면 검정색이 되고, 모든 빛을 다 합해 놓으면 白光이 된다고 합니다.
색은 탁기(濁氣)를 가리키고, 빛은 청기(淸氣)를 가리킵니다.
청탁은 모든 기의 극과 극을 가리키지요.
그러기에 하도를 보면 탁기는 밑에 배치를 하여, 북극 1, 6水라 하였고, 청기는 위에 배치를 하여 남극 2, 7화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흑백을 가린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이것은 극과 극으로 가른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비해 ‘靑白戰’이라는 말이 있지요.
흑백은 싸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이요, 청백은 승부를 결정 짓는다는 면에서 서로 다릅니다.
여하튼 하늘의 음양이 활동하는 곳은 땅 밖에 없기 때문에 흑, 백돌은 네모진 바둑판에서 온갖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 겁니다.
네모 졌다는 것은, 네 군데로 모가 났다는 말인데 360도가 각기 90도로 몰려 있다는 뜻입니다.
4라는 숫자는 천지의 음양을 합한 수이므로 천지의 그릇이라고 합니다.
숫자가 一, 二, 三으로 벌어지다가 四에 이르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주워 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부부가 합하여 자식을 낳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운곡선생은 칠판에 크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모양이었다.
사람 -------- 1
︿
남(남편) 여(아내) -------- 3
﹀
자녀 -------- 4
“어때요?
이 모양은 다이아몬드 같지 않나요?
즉 사각형이라는 얘기지요.
물론 3각형도 무얼 주워 담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4각형처럼 짝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형상은 4각형에 비해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3각형도 음양의 짝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6각형이지요.
6각형의 모양을 한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피라미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