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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구
영부, 精山
2010. 3. 30. 06:49
113절
<하루는 등불을 처마(檐下)에 달고 공사를 행하실 대에 가라사대 오랜만에 어렵게 빠져 나오도다 하시고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面分雖舊心生新 只願急死速亡亡 虛面虛笑去來間 不吐心情見汝矣 歲月汝遊劍戟中 往劫忘在十年乎 不知而知知不知 嚴霜寒雪大鴻爐>
해설
등불을 처마에 달았다 함은, 용담 집을 밝히는 상징이다. 긴긴 낙서 물질문명에서 벗어나온 상태를 시로 전하였다.
면분수구심생기 面分雖舊心生新 : 얼굴은 비록 다를 지라도 마음은 새로 태어나고
지원급사속망망 只願急死速亡亡 : 다만 바라는 것은 급사하여 속히 망하고 망하는 걸세
허면허소거래간 虛面虛笑去來間 : 헛웃음 웃는 얼굴로 거래하는 사이에
불토심정견여의 不吐心情見汝矣 : 심정은 토하지 못하고 너만 바라 보네
세월여유검극중 歲月汝遊劍戟中 : 너와 더불어 창, 칼로 노닐다보니
왕겁망재십년호 往劫忘在十年乎 : 겁탈 당한 지난 세월 10년이라네
부지이지지부지 不知而知知不知 : 모르다가 알기도 하고, 알다가도 모르나니
엄상한설대홍로 嚴霜寒雪大鴻爐 : 서릿발 차가운 눈 대홍로에 떨어지네
헛된 웃음과 가면을 쓰고 죽지 못해 살아 온 기나 긴 물질문명의 폐해에서 벗어나 十에 이르기까지의 고난을 노래한 시다. 서릿발 차가운 눈은 술해지간을 가리키는데, 그것이 후천에서는 3양지처인 진사지간으로 들어간다는 걸 일러준다. 대홍로는 뜨거운 난로인데, 이는 곧 진시자간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자면 후천에서는 酉巽戌이 진사지간으로 들어가 새로운 歲首로 뜨게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