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 精山 2010. 5. 26. 06:24

159절

<다시 양지 석장을 펴놓고 귀마다 ‘泉谷’이라 쓰시거늘 치복이 여쭈어 가로대 어떠한 사람이니이까 가라사대 옛날에 員노릇 가서 절사(節死)한 사람이니라 하시고 치복과 송환을 명하사 양지를 마주 잡아들게 하시고 가라사대 그 모양이 상여(喪輿)에 호방산(護防傘)과 같도다 하시고 양지를 땅에 놓게 하신 뒤에 갑칠을 명하사 가라사대 밖에 나가서 하늘에 구름이 있는가 보라 갑칠이 나가보니 서쪽 하늘에 한 점의 구름이 있거늘 돌아와 아뢰니 가라사대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가 보라 하시거늘 다시 나가보니 경각에 구름이 하늘을 덮었는지라 들어와 아뢰니 양지 중앙에 호승예불 군신봉조 오선의기 선녀직금이라 쓰시며 치복에게 일러 가라사대 궁을가에 사명당(四明堂)이 갱생이란 말을 중 사명당(四溟堂)이란 말로 알아 왔으나 그릇된 말이요 이 사명당을 이름이라 조화(造化)는 불법(佛法)에 있으니 호승예불 기운을 걷어 조화를 쓰고 무병장수는 선법에 있으니 오선위기 기운을 걷어 무병장수케 하고 군신봉조는 장상(將相)이 왕명을 받는 것이 그 기운을 걷어 나라를 태평케 할 것이요 선녀직금은 선녀가 비단을 짜는 것이니 그 기운을 걷어 창생에게 비단 옷을 입히리니 6월 15일날 신농씨제사를 지내고나서 일을 행하리라 올해가 천지의 한문(閈門)이라 이제 일을 하지 못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리라>

 

해설

 

泉谷은 조선시대에 동래부사를 지낸 송상현(宋象賢)의 호다. 명종 ~ 선조 때의 사람인데 무과시에 합격하여 주서, 경서판관, 종계변무사로서 질정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와서 동래부사를 제수 받아 임관 중에 임진왜란으로 동래성을 지키다 순직한 사람이다. 절사(節死)는 충절을 지키다 죽었다는 말이다. 치복과 송환에게 천곡이라 쓴 글귀를 마주 들게 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충절을 지키다 죽은 한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치복과 송환은 둘 다 서방을 가리키는 상징인데, 그간 어두운 음에 속하여 냉대 받은 서방에 사명당의 기운이 시작하게 하려는 처사다. 궁을가에 사명당이 갱생한다는 글을 쓴 것은, 낙서의 서방에 있던 건곤(2곤지는 김치복, 6건천은 김송환)에서 후천의 사명당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궁을은 9궁8괘를 운행하는 도수를 가리킨다. 이해가 己酉년이므로 천지의 한문이라고 하였다. 한문은 동네 어귀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후천으로 들어가는 첫 해가 기유년이라는 말씀이다. 6월 15일은 辛未월 壬辰일인데, 신농씨에게 제사를 드리는 까닭은 복록을 상징하는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인데, 辛未는 서방의 未會에서 후천이 시작하고, 임진일은 己巳를 맞이하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