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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핵심은?

영부, 精山 2010. 6. 16. 07:47

그러면 동학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정도는 다시 한 번 포덕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논학문도 자세하게 읽어보았다.

그 결과, 동학의 핵심은 ‘주문과 영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인내천이나 시천주, 사인여천, 삼경사상 등을 동학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라고 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서학에서도 얼마든지 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던가?

정도도 성경을 집중적으로 파고 든 적이 있었는데,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는 성경의 ‘내가 네 안에, 네가 내 안에’라는 말씀과 너무도 부합하였으며, 인내천(人乃天)도 역시 ‘나를 본 자는 하나님을 보았다’는 말씀과 일치하였다.

사인여천(事人如天)과 같은 내용의 말씀을 성경에서 찾는 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군이념이라고 하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와도 너무나 닮은 것이었으며, 불가에서 가르치는 자비와 유가에서 가르치는 仁과도 전혀 다를 게 없는 것들이었다.

사실이 이런데도 굳이 시천주, 인내천, 사인여천, 삼경사상 등이 서학과 다른 동학의 가르침이라고 한다면 별로 신선한 맛이라고 하기는 힘든 게 아닌가?

그러나 ‘영부와 주문’이 동학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명분이 서지 않는가?

서학에서 보면 주문이나 영부는 미신적인 요소가 강한 게 아닌가?

이처럼 또렷한 차별을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운곡법사는 정도의 얘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정도의 눈을 깊숙이 응시하던 운곡법사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면서 입을 열었다.

 

“음. 율산이 그럴 듯한 발견을 했군. 그걸 가리켜 정곡(正鵠)을 찔렀다고 하지. 자네 정곡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어떤 사물의 핵심적인 의미를 알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뜻은 맞지. 지금 내가 묻는 것은 정곡이 무엇이냐는 걸세”

“그건 …”

 

정도가 머뭇거리자 운곡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정곡을 찌른다는 말은 많이 사용하면서 정작 정곡이 무언지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 正은 ‘바르다’는 뜻이고, 鵠은 ‘고니’라는 새를 가리키는데, 고니는 백조라고도 부르는 흰새이기에 ‘희다’라는 의미도 있지.

그러나 정곡이라고 할 적의 鵠은 ‘과녁’을 가리키는 걸세.

告와 鳥를 합한 글자이니까 '새를 알린다'는 풀이가 나오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 .... "

" 새는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새 = 사이'라고 부르는 걸세. 그것은 곧 천지 사이에 있는 인간을 가리키기도 하지. 따라서 '새를 알린다'는 말은 곧 '인존시대'를 알린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지.

정곡을 찌른다 함은 ‘과녁을 명중했다’는 말이고 그건 곧 '인존시대를 명중했다'는 의미이지.

지금 자네가 한 말은 동학을 명중한 걸세.

주문과 영부는 예부터 동양에서 주술(呪術)로 전해진 건데, 좌도(左道)라고도 했지.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시대에 유교(儒敎)의 종지(宗旨)에 어긋나는 다른 종교(宗敎)를 가리켜 좌도라고 했는데, 주문과 부적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지. 주문이나 부적은 학문이나 지식 등, 인위적인 인간의 알음알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천지신명과 통하기 위한 방편에서 나온 걸세. 직접 신명들과 통하려고 하다 보니 학문이나 지식을 위주로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행위가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던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