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공사 해설 끝
174절, 175절
<공사를 행하실 때에는 식사나 대소변 기타 어떠한 다른 일로도 중지하심이 없이 반드시 공사를 마치신 뒤에 다른 일을 보시니라>
<대저 개벽주께서 구년 동안 공사를 행하사 천지 운로를 뜯어 고치시고 후천세계 인간 생활의 모든 질서를 결정하시니 세간 만사 만물에 어느 것이나 개벽주의 판단에 거쳐나가지 아니한 것이 없어 공사 건수가 실로 무한하지만 당시 종도들이 기록하여 둔 것이 없고 수십 년 후에 생존한 종도들의 구술대로 필기하여 그 중에서도 의미가 분명치 못한 점은 빼어버리고 의미가 통하는 것만 기록한 것이 이 뿐이라 더구나 갑진 을사 양년에 반드시 큰 공사가 많이 있으련만 구술하는 종도들이 모두 잊어버리고 전하지 못한 것은 큰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노라>
해설
천지개벽공사는 어떤 것보다도 중대한 것이므로 한 번 작정한 것은 반드시 먼저 해야 한다. 영부일기를 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일기를 치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뒤로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개벽주의 천지공사에 대한 기록은 아마 챙겨두었다면 상당히 많은 분량이 됐을 것이다. 청음 이상호 선생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 것처럼, 개벽주를 모셨던 종도들의 기억이 사라졌거나 신빙성이 적은 것들을 제하고 비교적 신빙성이 높은 것들만 추려서 후세에 전한 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해설 내용이다. 그러나 아쉬울 것도, 안타까울 일도 없다. 왜냐하면 개벽주께서 ‘내 일은 내가 하리라’고 하시면서 개벽주의 천지공사 기록과 가르침을 적은 기록들을 가져오라고 종도들에게 명하여 불살라버린 일을 상기하면 답은 저절로 나온다. 필경 그 내용을 보면 그 어떤 성인이나 신선보다도 더 많은 이적과 신비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후일 개벽주의 참된 가르침보다 그런 초능력을 믿고 추종하는 무리들이 종단을 형성할 것이 뻔하다. 지금도 그런 종단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개벽주께서 천지공사를 통해서 인류에게 남겨주고자 하신 것은 현무경의 영부와 주문, 용담도다. 이것은 천도요 후천 5만 년을 이어갈 도수다. 어부가 초대형 물고기나 이상 야릇한 물고기를 만들거나 잡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바다와 물고기의 생리와 잡는 법을 일러주면 그만 아닌가? 어린애들은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초능력자에게 관심을 갖지만, 어른이 될수록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천지공사편을 해설 한다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해설을 하게 된 까닭은, 청음 이상호 선생께서 숙고해서 편찬한 대순전경에 덧붙여 후세인들이 엄청난 분량의 글을 덧붙여 마치 그것이 진짜 개벽주의 치적이요, 가르침인양 어지럽게 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때문이다. 도는 언어도단이요 불립문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대순전경에 있는 것도 사족(蛇足)에 불과한데, 어찌하여 방대한 분량의 글로 개벽주의 가르침을 전하려 하는가? 본래 모든 걸 통달한 사람은 간단하면서도 알기 쉽게 전달하게 마련이다. 모르는 사람일수록 방대한 언설(言說)로 사실을 설명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선천 판 안의 문명이었다. 열매는 설명으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먹으면 그만이다. 그것이 바로 현무경의 영부요 주문이며 용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