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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학문 1

영부, 精山 2010. 6. 29. 06:52

<무릇 천도란 것은(夫天道者) 형상이 없는 것 같으나 자취가 있고(如無形而有迹), 지리란 것은(地理者) 넓은 것 같으나 방위가 있는 것이니라(如廣大而有方者也).

그러므로 한울에는 구성이 있어 땅의 구주와 응하였고 땅에는 팔방이 있어 팔괘와 응하였으니(故天有九星 以應九州 地有八方 以應八卦而),

채우고 비우고 서로 갈아드는 수는 있으나(有盈虛迭代之數), 동하고 정하고 변하고 바뀌는 이치는 없느니라(無動靜變易之理).

음과 양이 서로 고르게 비록 백, 천 만물이 그 속에서 화해 나지만( 陰陽相均 雖百千萬物 化出於其中) 오직 사람이 가장 신령한 것이니라(獨惟人最靈者也).

그러므로 삼재의 이치를 정하고 오행의 수를 냈으니(故定三才之理 出五行之數) 오행이란 것은 무엇인가(五行者何也).

한울은 오행의 벼리가 되고 땅은 오행의 바탕이 되고 사람은 오행의 기운이 되었으니( 天爲五行之綱 地爲五行之質 人爲五行之氣 ) 천·지·인 삼재의 수를 여기에서 볼 수 있느니라(天地人三才之數 於斯可見矣).

사시성쇠와 풍로상설이 그 때를 잃지 않고 그 차례를 바꾸지 아니하되(四時盛衰 風露霜雪 不失其時 不變其序),

여로창생(如露蒼生 : 이슬 같은 창생)은 그 단서를 알지 못하여(如露蒼生 莫知其端) 어떤 이는 한울님의 은혜라 이르고(或云 天主之恩)

어떤 이는 조화의 자취라 이르나(或云化工之迹),

그러나 은혜라고 말할지라도 오직 보지 못한 일이요(然而以恩言之 惟爲不見之事),

조화의 자취라 말할지라도 또한 형상하기 어려운 말이라(以工言之 亦爲難狀之言).

어찌하여 그런가(何者)?

옛적부터 지금까지 그 이치를 바로 살피지 못한 것이니라(於古及今 其中未必者也).

경신년 사월에 천하가 분란하고 민심이 효박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할 즈음에(夫庚申之年 建巳之月 天下紛亂 民心淆薄 莫知所向之地)

또한 괴상하고 어긋나는 말이 있어 세간에 떠들썩하되(又有怪違之說 崩騰于世間)「

서양 사람은 도성입덕하여 그 조화에 미치어 일을 이루지 못함이 없고 무기로 침공함에 당할 사람이 없다하니(西洋之人 道成立德 及其造化 無事不成 功鬪干戈 無人在前)

중국이 소멸하면 어찌 가히 순망의 환이 없겠는가(中國燒滅 豈可無脣亡之患耶)

「도무지 다른 연고가 아니라(都緣無他),

이 사람들은 도를 서도라 하고 학을 천주학이라 하고 교는 성교라 하니(斯人 道稱西道 學稱天主 敎則聖敎),

이것이 천시를 알고 천명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此非知天時而 受天命耶).」

이를 일일이 들어 말할 수 없으므로(擧此一一不已故)

내 또한 두렵게 여겨(吾亦悚然)

다만 늦게 태어난 것을 한탄할 즈음에(只有恨生晩之際),

몸이 몹시 떨리면서(身多戰寒)

밖으로 접령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 강화(降話)의 가르침이 있으되(外有接靈之氣 內有降話之敎),

보였는데 보이지 아니하고 들렸는데 들리지 아니하므로(視之不見 聽之不聞)

마음이 오히려 이상해져서(心尙怪訝)

수심정기하고 묻기를(修心正氣而問曰)

「어찌하여 이렇습니까.」대답하시기를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니라. 사람이 어찌 이를 알리오(曰吾心卽汝心也 人何知之).

천지는 알아도 귀신은 모르니 귀신이라는 것도 나니라(知天地而無知鬼神 鬼神者吾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