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 精山 2010. 7. 8. 07:08

예를 들어 그가 한때 몰두했던 단전호흡만 해도 그랬다.

단전호흡은 대맥을 뚫고, 임, 독맥을 통하게 한 후, 소주천, 대주천을 하여, 축기(蓄氣)를 하고, 온양(溫陽)의 과정을 거쳐 도태(道胎)를 형성한 후 양신(養神)을 하여 마침내는 출신(出神)을 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전형적인 선천의 선도수련법이었다.

이른 바 ‘판 안 문명’이었던 셈이다.

선천의 유, 불, 선 삼도는 본래 한 뿌리에서 나간 것으로, 각기 다른 가지를 뻗었던 것이다.

씨앗은 땅 속에 묻히는 순간부터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나, 가지, 줄기, 꽃으로 그 모습을 달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열매를 맺으면 그간 자취를 감추었던 씨앗은 다시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정도는 그 열매가 바로 현무경의 영부라고 믿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수련이나 수도를 한다고 하여도 허상이었다는 게 명백해졌다.

그도 단전호흡을 하다 보면 아랫배가 따스해지고 등줄기를 따라 따스한 기운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그가 한창 단전호흡에 심취해 있을 때, 어느 기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70세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혈색이 좋았는데,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 우연히 어느 신선으로부터 단전호흡을 배우게 되었고, 심지어 공중부양까지 몇 차례나 했었다고 하였다.

그 소리에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이 그에게 공중부양을 해보라고 하였는데, 그는 그 자리에서는 곤란하다고 하였다.

별로 신빙성이 없었던지라 정도도 더 이상은 그에 대한 관심을 접은 적이 있었다.

축기라는 것도 그랬다. 말 그대로 ‘기를 비축하는 것’이 축기인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전호흡을 홍보하는 책자를 그대로 믿었기에 열심히 수련하면 단전에 축기가 되는 줄로 알았다.

가끔가다 방송에 나와서 이빨로 차량을 끌거나, 수도(手刀)로 바위를 격파하는 시범을 볼 때에는 ‘아! 저것이 축기해 놓은 결과였구나!’ 하는 탄성을 지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축기가 아니라 정신집중의 산물이었다.

정신을 집중하면 기는 저절로 모이게 마련이다.

아무리 기를 많이 모아 놓았어도 정신을 한 곳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결코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기는 물과 같아서 한 곳에 머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도 했는데, 그것은 마치 물이 한 곳에 고이면 썩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한 곳에 마음이나 정신을 집중하면 당연히 기도 강해지게 마련이었다.

그런 것들은 정도도 어느 정도 체험을 하였으므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임맥이나 독맥 등 경맥을 통하게 하는 것은 기가 흐르는 길을 잘 닦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거기에 축기가 되는 건 아니었다.

더욱이 단전에 도태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얼마나 공상적인 얘기인가?

정도는 단전에 도태가 자리 잡았다는 몇몇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단전에 자리 잡은 도태가 장성을 하여 커다란 능력을 발휘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도태는 육신의 형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이라고 하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육신은 썩어질 물질로 되었으나 도태는 眞氣의 집합체이기에 그 누구도 부술 수 없고 침범할 수 없는 금강불괴(金剛不壞)라고 하였다.

도태는 육신과 마찬가지로 점점 성장을 하게 되는데, 온양을 반복하면서 백회로 출입을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