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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문 1

영부, 精山 2010. 7. 14. 07:10

修德文 (수덕문)

 

<원형이정은 천도의 떳떳한 것이요(元亨利貞 天道之常),

오직 한결 같이 중도를 잡는 것은 인사의 살핌이니라(惟一執中 人事之察).

그러므로 나면서부터 아는 것은 공부자의 성인 바탕이요(故生而知之 夫子之聖質),

배워서 아는 것은 옛 선비들이 서로 전한 것이니라(學而知之 先儒之相傳).

비록 애써서 얻은 천견박식이라도(雖有困而得之 淺見薄識)

다 우리스승의 성덕으로 된 것이요(皆由於吾師之盛德),

선왕의 옛 예의를 잃지 아니한 것이니라(不失於先王之古禮).

나는 동방에 태어나(余出自東方) 부질없이 세월을 보냈으니(無了度日),

겨우 가문의 명예를 보존했을 뿐이요(僅保家聲)

빈한한 선비임을 면치 못하였노라(未免寒士).

선조의 충의는(先祖之忠義) 절개가 용산에 남음이 있고(節有餘於龍山),

우리 임금의 성덕은(吾王之盛德) 해가 다시 壬丙之間에 돌아왔더라(歲復回於壬丙).

이같이 남은 음덕이(若是餘蔭) 그치지 아니하고 물 흐르듯 하여(不絶如流)

 아버님이 세상에 나타나심에(家君出世),

이름이 한 도에 덮였으니(名盖一道)

선비들이 모르는 이가 없었고(無不士林之共知)

덕이 육대를 이었으니(德承六世)

어찌 자손의 남은 경사가 아니겠는가(豈非子孫之餘慶).

슬프다. 학사의 평생은 세월이 봄꿈과 같이 흘러가서 나이 사십에 이름에(噫 學士之平生 光陰之春夢 年至四十),

공부한 것은 울타리 가에 버린 물건으로 아시고(工知芭籬之邊物),

마음에는 벼슬할 뜻이 없었노라(心無靑雲之大道).

한편으로는 귀거래사를 지으시고(一以作歸去來之辭)

한편으로는 각비시의 글귀를 읊으시니라(一以詠覺非是之句).

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은 것은 마치 처사의 행색 같고(携笻理履怳若處士之行),

산이 높고 물이 긴 것은 선생의 풍도와 다름이 없더라(山高水長莫非先生之風).

구미산의 기이한 봉우리와 괴이한 돌은(龜尾之奇峯怪石)

월성 금오산 북쪽이요(月城金鰲之北),

용추의 맑은 못과 보배로운 시내는(龍湫之淸潭寶溪)

옛 도읍 마룡의 서쪽이라(古都馬龍之西).

동산 가운데 복숭아꽃은 고기잡이배가 알까 두려워함이요(園中桃花 恐知漁子之舟),

집 앞에 푸른 물은 뜻이 강태공의 낚시에 있었더라(屋前滄波 意在 太公之釣).

난간이 못가에 다다름은 주렴계의 뜻과 다름이 없고(檻臨池塘 無違濂溪之志),

정자 이름을 용담이라 함은 제갈량을 사모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亭號龍潭 豈非慕葛之心).

세월의 흘러감을 막을 길이 없어(難禁歲月之如流)

하루아침에 신선되는 슬픔을 당하니(哀臨一日之化仙)

외로운 나의 한 목숨이(孤我一命)

나이 겨우 열여섯에 무엇을 알았으리오(年至二八 何以知之).

어린 아이나 다름이 없었더라(無異童子).

아버지의 평생사업은(先考平生之事業)

불 속에서 자취마저 없어지고(無痕於火中)

자손의 불초한 여한은(子孫不肖之餘恨)

세상에서 낙심하게 되었노라(落心於世間).

어찌 슬프지 아니하며 어찌 애석치 아니하랴(豈不痛哉 豈不惜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