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문 2
마음으로는 가정을 돌볼 생각이 있지마는(心有家庭之業)
어찌 심고 거두는 일을 알며(安知稼穡之役),
글공부를 독실히 하지 못하였으니(書無工課之篤)
벼슬할 생각이 없어졌노라(意墜靑雲之地).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니(家産漸衰)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未知末稍之如何),
나이 차차 많아가니(年光漸益) 신세가 장차 궁졸해 질 것을 걱정하였노라(可歎身勢之將拙). 팔자를 헤아려보니(料難八字)
춥고 굶주릴 염려가 있고(又有寒飢之慮),
나이 사십이 된 것을 생각하니(念來四十)
어찌 아무런 일도 해놓은 것이 없음을 탄식하지 않으랴(可歎身勢之將拙).
몸담을 곳을 정하지 못하였으니(巢穴未定)
누가 천지가 넓고 크다고 하겠으며(誰云天地之廣大),
하는 일마다 서로 어긋나니(所業交違)
스스로 한 몸 간직하기가 어려움을 가엾게 여겼노라(自憐一身之難藏).
이로부터(自是由來)
세간에 분요한 것을 파탈하고(擺脫世間之紛撓)
가슴속에 맺혔던 것을 풀어 버렸노라(責去胸海之弸結).
용담의 옛집은(龍潭古舍)
가친께서 가르치던 곳이요(家嚴之丈席)
동도신부는 오직 내 고향이니라(東都新府 惟我之故鄕).
처자를 거느리고 용담으로 돌아온 날은(率妻子還捿之日)
기미년 시월이요(己未之十月)
그 운수를 타고 도를 받은 시절은 경신년 사월이러라( 乘其運道受之節 庚申之四月).
이 또한 꿈같은 일이요 형상하기 어려운 말이니라(是亦夢寐之事 難狀之言).
주역괘의 대정수를 살펴보고(察其易卦大定之數)
삼대적 경천한 이치를 자세히 읽어보니(審誦三代敬天之理),
이에(於是乎)
오직 옛날 선비들이 천명에 순종한 것을 알겠으며(惟知先儒之從命)
후학들이 잊어버린 것을 스스로 탄식할 뿐이로다(自歎後學之忘却).
닦고 단련하니(修而煉之)
자연한 이치 아님이 없더라(莫非自然).
공부자의 도를 깨달으면(覺來夫子之道則)
한 이치로 된 것이요(一理之所定也),
오직 우리도로 말하면(論其惟我之道則)
대체는 같으나 약간 다른 것이니라(大同而小異也).
의심을 버리면(去其疑訝則)
사리의 떳떳한 것이요(事理之常然),
예와 지금을 살피면(察其古今則)
인사 의 할 바니라(人事之所爲).
포덕할 마음은 두지 않고(不意布德之心)
지극히 치성할 일만 생각하였노라(極念致誠之端).
그렇게 미루어(然而彌留)
다시 신유 년을 만나니(更逢辛酉 ),
때는 유월이요(時維六月)
절기는 여름이었더라(序屬三夏).
좋은 벗들이 자리에 가득함에(良朋滿座)
먼저 법을 정하고(先定其法),
어진 선비들이 나에게 물음에(賢士問我)
또한 포덕을 권하니라(又勸布德).
가슴에 불사약을 지녔으니(胸藏不死之藥)
그 형상은 궁을이요(弓乙其形),
입으로 장생하는 주문을 외우니(口誦長生之呪)
그 글자는 스물한자라(三七其字).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니(開門納客)
그 수효가 그럴듯하며(其數其然),
자리를 펴고 법 을 베푸니(肆筵設法)
그 재미가 그럴듯하도다(其味其如).
어른들이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은(冠子進退)
마치 삼천제자의 반열 같고(怳若有三千之班),
어린이들이 읍하고 절하는 것은(童子拜拱)
육칠의 읊음이 있는 것 같도다(倚然有六七之詠).
나이가 나보다 많으니(年高於我)
이 또한 자공의 예와 같고(是亦子貢之禮),
노래 부르고 춤을 추니(歌詠而舞)
어찌 공자 의 춤과 다르랴(豈非仲尼之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