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Re:사대강 사업에 대한 강의 2

영부, 精山 2010. 9. 13. 17:57

운하) 독일 교포를 위한 강의 - 사대강 사업 (2)

2010.01.25 00:57 | www.kyoposhinmun.de | 자히르

http://kr.blog.yahoo.com/weinberg15b/7726 주소복사

 

이름이야 뭐라고 붙이던 간에 강에 보를 세워 물길을 막고 강바닥을 깊게 파는 공사에는 대체 어떤 후유증이 따를까요? 그 대답은 독일에 있습니다.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일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가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 되었듯이 독일에서 운하의 역사를 살펴보면 결과까지 알 수 있습니다. 독일 운하의 역사와 과정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유럽에서 라인강은 북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긴 강이고, 도나우강은 반대쪽 흑해로 흐르는 강 중에 가장 긴 강입니다. 이 두 강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독일에 있지요. 라인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면 장장 3500km의 뱃길이 형성되고, 독일이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꿈은 이미 8세기때부터 시도되어온 독일의 오랜 로망인데, 이것이 19년 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이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은 라인-마인-도나우 운하입니다. 이 운하는 순수 공사기간이 20년, 기술을 개발하는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도합 100년 걸린 대사업입니다.

그렇지만 짓는 도중에 반대가 심해서 공사가 12년 동안이나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환경파괴가 심각했고, 또한 그 사이에 도로와 철로가 발달하여 이젠 운하가 별로 필요 없게된 것입니다. 세상이 변한 겁니다. 운하로 인한 환경 파괴와 운하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를 비교해 보니 수지가 맞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공방 끝에 공사가 벌써 많이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결국 완공을 강행했는데, 이때 학계와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최신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서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완공 후에 경제적인 효과를 보았을까요?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운송의 양이 설계할 당시 예상치의 3분의 1밖에 안 되고, 지금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운하 유지비의 7%를 통행료로 벌어들이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신속한 운송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친환경적 설계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유명한 알트뮐 골짜기의 습지가 사라지고 동식물의 종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줄고 있어서 앞으로 예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지역에만 존재했던 특별한 동식물이 사라지고,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종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또 옛날에 도나우강에만 서식했던 물고기와 라인강에만 서식하던 물고기가 운하를 통해서 섞이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보다 환경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라인강 그 자체입니다.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길이가 171 km밖에 안 되지만, 라인강은 독일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쭉 관통하며 880km를 흐르거든요. 이 라인강을 뱃길로 이용하기 위하여 독일인들은 이미 19세기부터 물길을 직선화하고 강바닥을 파는 준설공사를 했고, 20세기에는 몇 개의 갑문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후유증이 지금 만만찮습니다.

첫째 후유증은 홍수입니다. 독일에 사는 여러분들께서는 라인강변의 도시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해마다 뉴스를 통해 보셨을 것입니다. 물이 상류에서 구불구불 흐르면서 적당한 범람으로 기세를 잃지 못하면 중류, 하류에 가서 무서운 위력을 가집니다. 예전에 구불구불 돌아오느라고 상류에서 중류까지 사흘 걸려 내려오던 홍수물이 이제는 반듯하게 다듬은 물길을 타고 단 하루만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시달리는 곳이 라인강과 샛강이 만나는 지역들입니다. 모젤강, 마인강, 네카강 등의 샛강에서 불어난 물이 라인강을 통해 빠져나가기도 전에 라인강 상류에서 고속으로 오는 홍수가 덮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백년에 한번 일어나던 규모의 홍수가 요즘은 몇 년 간격으로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둘째 후유증은 라인강 유역의 토지가 말라가고 지하수가 고갈되는 현상입니다. 구불구불하던 물길을 직선으로 만드니까 자연히 강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경사가 급한 꼴이 되었습니다. 너르게 흐르던 물길을 좁은 통로에 가둔데다가 경사도 급해지니까 물살이 세졌습니다. 이때 물 밑의 자갈들이 강바닥에서 통통 튈 정도로 물의 속도가 빨라지면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바닥이 패여서 깊어지니까 따라서 강의 수면도 낮아집니다. 강의 수면이 낮아지면 강변의 흙으로 스며들어가 고이는 지하수의 수면도 따라서 낮아집니다. 지하수의 수면이 낮아지면 나무들이 뿌리를 암만 깊이 뻗어도 수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되어서 숲이 말라죽습니다. 우물을 아주 깊게 파야 물이 나오니 농사를 짓기에도 나쁩니다. 라인강 유역의 지하수면은 평균 8m 낮아졌습니다.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특히 심한 곳이 갑문이 있는 곳인데, 막아놓은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곳에서는 30년 전부터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자갈을 강바닥에 쏟아붓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몇백만 유로를 들이는 극약처방인 셈이죠. Geschiebezugabe an der Staustufe Iffezheim에 가시면 이 광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강바닥에 콘크리트를 치면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강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지 못해서 더 악영향을 미칩니다. 라인강을 보면 바닥과 벽을 콘크리트로 마감한 구간에선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지하수면이 2-3m 더 낮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두 가지 환경 재앙, 홍수와 지하수 고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 독일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강의 둑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되살리는 재자연화 공사가 한창입니다.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뜻의 Renaturierung이란 단어를 가끔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특히 라인강 상류를 자연으로 되돌리는 공사가 지금 한창 진행중인데 벌써 여러 곳에 Polder라고 불리는 범람숲이 완성되었으니 라인강변에 사는 분들은 한번 가보셔요.

polder15
라인 강 상류에 재생된 범람숲

그리고 뮌헨에 사는 분들은 근래에 재자연화공사를 마친 이자강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실 것입니다. 둑을 헐고 범람지와 습지를 다시 재생시켜 150년 전의 모습을 되찾은 이자강변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이기도 하지만 완공되자마자 들이닥친 역사적인 대홍수를 훌륭하게 막아냈습니다.

Flaucher1
재자 연화 공사를 마친 뮌헨의 이자강변

이런 공사는 엄청나게 큰 돈이 들기는 하지만 홍수와 지하수 감소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더 큰 액수이기에 독일에선 자연으로의 복구를 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홍수와 지하수 고갈의 원인이 과거에 강바닥을 파고 둑을 쌓은 공사에 있다는 것을 독일에선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칩니다.

Flaucher3
150 년 전의 모습을 되찾은 뮌헨의 이자강변

사대강 사업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에서와 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자연법칙은 나라를 가리지 않으니까 우리나라에서 라인강 같은 공사를 하면 당연히 라인강의 피해가 일어나겠지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나라 자연조건의 어떤 점이 독일과 다르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사대강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증명했을까요?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환경조사를 해봤더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634㎞ 구간의 환경조사를 하는 데 넉 달밖에 안 걸렸습니다. 사대강 공사도 2년 안에 끝낸다고 합니다. 뮌헨에선 8㎞ 구간의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를 조사하고 준비하는데 10년 걸렸고 공사하는 데도 10년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게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일과 독일에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독일에 사는 외국인답게 독일 흉을 잘 봅니다. 누가 저보고 성질 급한 한국사람 아니랄까봐 독일 사람들 꼼꼼하게 일하는 거 보면 제 속이 다 터져요. 그렇지만 독일의 기술은 신뢰합니다. 저는 구두쇠지만 꼭 필요한 물건은 암만 비싸도 '메이드 인 저머니'를 삽니다. 품질이 틀림 없고 돈값을 하기 때문이죠. 저는 독일사람들이 실력이 없고 게을러서 8㎞ 구간의 이자강 공사를 준비하는 데 10년, 공사하는 데 10년씩이나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전국에 걸친 634㎞ 구간의 환경조사를 4개월 안에, 문화재 조사를 2개월 안에 끝내고, 사대강 공사를 2년 안에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기는커녕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조사를 정말로 한 것인지,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것인지, 한국에 사는 우리 조카, 조카 손주들이 자자손손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은 아닌지 겁이 더럭 납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공학도니까 운하에 일가견이 있어서 이런 글도 쓴다고 생각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의 선례에 비추어 한국의 사대강 사업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데는 독일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 가지는 상식 이상의 어떤 실력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자연법칙은 만국공통이라는 걸 말하는 데는 상식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상식도 없는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70% 이상이 저처럼 사대강 사업을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운하반대 전국교수모임에는 현재 3000여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