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의미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 왔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가 되겠군요.
금년의 추석은 낮에도 여름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이상 기후로 다가왔네요.
우리나라의 기후가 이미 상당히 아열대(亞熱帶)로 전환한 것 같네요.
추석은 오랜 우리의 미풍양속이지요.
추석은 가을 추(秋), 저녁 석(夕)이 합한 문자입니다.
이런 표현을 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계절 중에서 봄은 새벽의 인시(3시 - 5시), 묘시(5시 - 7시)를 가리키고, 여름은 사시(9시 11시), 오시(11시 - 13시)를 가리키며, 가을은 신시(15시 - 17시), 유시(17시 - 19시), 겨울은 해시(21시 - 23시), 자시(23시 - 1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봄은 조(朝)에 해당하며, 가을은 석(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요.
춘조(春朝), 추석(秋夕)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 겁니다.
그럼, 여름과 겨울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건, 여름은 낮이요, 겨울은 밤이므로 하주(夏晝), 동야(冬夜)라고 해야겠지요.
<춘조, 하주, 추석, 동야> - 이런 것은 모두 세월이 지나가는 마디를 기념하는 상징입니다.
세월(歲月 해 세, 달 월)이라는 말 자체가 본래 해와 달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세월이 흐른다는 말은 곧 해와 달이 숨바꼭질 한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세월이 만들어 놓는 마디를 가리켜 '절기(節期)'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절기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우리는 해와 달, 즉 음과 양의 이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겠지요.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나와 가정, 사회의 기강을 잡아 주는 강령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그런 것을 다른 말로 '문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유독 '추석'을 제일 큰 명절로 삼는 까닭은 무얼까요?
그것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수확은 모든 노력과 정성을 따먹는 일이지요.
일을 하면 반드시 열매가 있어야 하겠지요.
만일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 그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요?
추석은 그런 소득을 주워 담으니 얼마나 가슴이 설레일까요?
秋라는 글자를 보면 벼 화(禾)와 불 화(火)가 합했군요.
벼가 불을 품고 있는 형국이지요.
즉, 벼가 양기를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늘은 봄에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양기를 하나 땅속에 심어 놓았죠.
그것이 길고 긴 여름의 뙤약 볕과 태풍의 시련을 견디면서 마침내 튼실한 모습으로 알곡을 맺어 놓았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양기가 완성된 모습'입니다.
쉽게 말하면 추석은 하늘이 보내 주신 생명의 씨, 양기를 고이 품고 키워서 완성 시킨 걸 기리는 날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추석은 신께 거룩한 의식으로 화답하는 '추수감사절'이었지요.
바람과 구름, 비와 햇볕을 적당하게 주시어 알곡을 튼실하게 하고, 수확을 거두게 하신 신께 드리는 제사의식이 바로 추석이었죠.
추석의 궁극적인 의미는 이처럼 거룩한 '신(神)'께 귀의하는 것입니다.
온 우주에 편만하시고, 우리의 내면에 충만하신 거룩한 존재, 종교의 유, 무를 떠나서라도 우리는 신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해야 합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 - 신의 언행으로 살아가라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참 된 추석의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이 되게 하고, 내가 하는 행동은 모두 '사랑'이 되게 하소서!
말씀이 육신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한 마음과 한 몸이 되게 하소서!
* 우리 님들 추석 연휴 기간에는 글을 올릴 수 없을 듯 합니다.
비록 소수이지만 한자교실 원우님들과 진실한 우정과 인연이 송편처럼 빚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精山 王義善 謹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