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안심가 2

영부, 精山 2010. 10. 8. 05:46

2. 그 모르는 처자들은 유의유식(裕衣裕食) 귀공자를

흠선(欽羨)해서 하는 말이 신선인가 사람인가.

일천지하 생긴 몸이 어찌 저리 같잖은고.

앙천탄식(仰天歎息) 하는 말을 보고 나니 한숨이오

듣고 나니 눈물이라 내 역시 하는 말이

비감회심(悲感悔心) 두지 말고 내말 잠깐 들어서라.

호천금궐(昊天金闕) 상제(上帝)님도 불택선악(不擇善惡) 하신다네.

자조정(自朝廷) 공경(公卿)이하 한울님께 명복(命福)받아

부귀자는 공경(公卿)이오 빈천자(貧賤者)는 백성이라.

우리역시 빈천자로 초야(草野)에 자라나서

유의유식 귀공자는 앙망불급(仰望不及) 아닐런가.

복록(福祿)은 다 버리고 구설앙화(口舌殃禍) 무섭더라.

졸부귀불상(猝富貴不祥)이라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공부자(孔夫子) 하신 말씀 안빈낙도(安貧樂道) 내 아닌가.

우리라 무슨 팔자 고진감래(苦盡甘來) 없을쏘냐.

흥진비래(興盡悲來) 무섭더라 한탄 말고 지내보세.

 

* 유의유식(裕衣裕食) : 넉넉한 생활을 함

* 흠선(欽羨) : 흠모하고 부러워함

* 일천지하(一天之下) : 한 하늘 아래

* 앙천탄식(仰天歎息) : 하늘을 바라보고 탄식함

* 비감회심(悲感悔心) : 슬퍼하며 후회하는 마음

* 호천금궐(昊天金闕) : 금으로 장식한 하늘의 넓은 궁궐

* 불택선악(不擇善惡) : 선악을 가리지 않음.

* 자조정공경(自朝廷公卿) : 조정의 공경대신들로부터

* 앙망불급(仰望不及) : 바라보아도 미치지 못함, 쓸 데 없는 꿈

* 구설앙화(口舌殃禍) : 입에서 나오는 말로 짓는 재앙과 화

* 졸부귀불상(猝富貴不祥) : 갑작스런 부귀는 상서롭지 못함

* 안빈낙도(安貧樂道) : 빈궁한 가운데 편안하게 생활하며 도를 즐김

* 고진감래(苦盡甘來) : 고생 끝에 낙이 옴

* 흥진비래(興盡悲來) : 기쁨이 다 하면 슬픔이 온다

 

뭇 생명은 다 하늘에 목숨이 달린 것이요, 그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그러나 인생은 지낸 세월 되돌아보면 첩첩이 고생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하늘이 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의 뜻을 모르는 처자들은 흥청망청 놀고먹는 귀공자들을 신선처럼 흠모하지만, 한울님은 그처럼 선과 악, 길흉 등 이해타산을 따지면서 가리는 분이 아니다. 그들이 부귀를 누리고 빈천을 맞이하는 것은 오직 하늘로부터 명복을 받아 그리 된 것이다. 하늘은 공정하다. 영원한 부자도 없고, 영원한 가난뱅이도 없다. 고생 끝에 낙이 있고, 기쁨 끝에 슬픔이 있는 법! 갑자기 졸부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별로 좋을 것이 없으니 차라리 공자처럼 안빈낙도하면서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