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 精山 2010. 10. 13. 05:56

5. 乙 새 을. 굽힐 을

 

사물이 변화하는 중심은 弓이라 하고, 변두리는 乙이라 한다.

새는 본래 하늘과 땅 사이를 왕래하면서 천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사물의 본질인 弓을 이어주는 것과 같다고 하여 ‘새 을’이라고 하였다.

 ‘새’라는 말은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친 게 아니라 모든 사물이 한데 어울리는 틈 ‘사이’를 가리킨다.

 ‘틈 사이’는 ‘틈 새’라고 한다.

사물의 본질은 굽혀지는 일이 없으나, 그것이 현실로 드러날 적에는 다른 모습을 취해야 하는데, 그것을 가리켜 굽힌다고 하여 ‘굽힐 을’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乙이 들어간 한자에는 본질이 현상계로 이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乙을 부수로 하는 대표적인 문자로는 九, 也, 乞 등이 있다.

九는 乙과 丿이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므로 사물이 크게 한번 乙로 움직여 丿한 것이므로 9변을 의미한다.

甲은 사물이 중심 내부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근원을 가리키고, 乙은 중심이 사방에 반조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래서 甲은 속에 있는 나무의 생동력을 가리키고, 乙은 겉으로 드러난 나무의 상태를 가리킨다. 也는 ‘어조사(語助辭 말의 앞뒤를 이어주는 말) 야’, 혹은 ‘잇기 야’라고 한다.

그것은 ㄱ과 丨과 乙이 한데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인데, ㄱ은 움직인다는 의미가 있고, 丨은 세우는 것인데, 그것이 을과 합하였으니 乙을 움직여 세운다는 뜻이다.

이것은 사방에 흩어진 사물의 의미를 한데 이어주는 역할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잇기 야’라고 하였다.

乞은 ‘빌릴 걸, 구할 걸, 소원할 걸’이라는 뜻이 있으니, 그것은 사람(누운 사람 인)이 乙을 안에 품고서 편안히 휴식하기를 소원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구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가리킨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乾(하늘 건, 임금 건, 마를 건)인데, 상하에 걸친 두 개의 十 사이에 있는 태양(日)이 乙을 품에 안고 휴식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형국이다.

甲은 乾天이요, 乙은 坤地에 해당하는데 하늘은 반드시 乙을 만나야 소원성취를 한다는 사실을 문자 속에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