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노소문답가 5
5 아셔시라 아셔시라 팔도(八道)구경 다 던지고
고향(故鄕)에나 돌아가서 백가시서(百家詩書) 외워보세
내 나이 십사세(十四歲)라 전정(前程)이 만리(萬里)로다
아서라 이 세상은 요순지치(堯舜之治)라도
부족시(不足施)요 공맹지덕(孔孟之德)이라도
부족언(不足言)이라 흉중(胸中)에 품은 회포(懷抱)
일시(一時)에 타파(打破)하고 허위허위 오다가서
금강산(金剛山) 상상봉(上上峯)에 잠간(暫間) 앉아 쉬오다가
홀연히 잠이 드니 몽(夢)에 우의편선일도사(羽衣褊褼一道士)가
효유(曉諭)해서 하는 말이 만학천봉(萬壑千峯) 첩첩(疊疊)하고
인적(人迹)이 적적(寂寂)한데 잠자기는 무삼일고
수신제가(修身齊家) 아니하고 편답강산(遍踏江山) 하단 말가
효박(淆薄)한 세상사람 갋을 것이 무엇이며
가련(可憐)한 세상사람 이재궁궁(利在弓弓) 찾는 말을
웃을 것이 무엇이며 불우시지(不遇時之) 한탄(恨歎)말고
세상구경 하였어라 송송가가(松松家家) 알았으되
이재궁궁(利在弓弓) 어찌알꼬 천운(天運)이 둘렀으니
근심 말고 돌아가서 윤회시운(輪廻時運) 구경하소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 개벽(開闢) 아닐런가
태평성세(太平聖世) 다시 정(定)해 국태민안(國泰民安) 할 것이니
개탄지심(慨歎之心) 두지 말고 차차차차 지냈어라
하원갑(下元甲) 지내거든 상원갑(上元甲) 호시절(好時節)에
만고(萬古)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 세상에 날 것이니
너는 또한 연천(年淺)해서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백성
태평곡(太平曲) 격양가(擊壤歌)를 불구(不久)에 볼 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無極大道) 전지무궁(傳之無窮) 아닐런가
천의인심(天意人心) 네가 알까 한울님이 뜻을 두면
금수(禽獸)같은 세상사람 얼풋이 알아내네
나는 또한 신선(神仙)이라 이제 보고 언제 볼꼬
너는 또한 선분(仙分)있어 아니 잊고 찾아올까
잠을 놀라 살펴보니 불견기처(不見其處) 되었더라
* 백가시서(百家詩書) : 많은 학파와 글
* 전정(前程) : 앞으로의 여정, 즉 먼 앞날
* 요순지치(堯舜之治) :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림
* 부족시(不足施) : 베푸는 게 부족함. 즉 모든 백성을 다 만족시킬 수 없음.
* 우의편선일도사(羽衣褊褼一道士) : 깃털 달린 옷을 펄럭이는 한 도사. 즉 신선
* 만학천봉(萬壑千峯) : 만개의 골짜기와 천 개의 봉우리, 즉 깊은 산과 계곡
* 편답강산(遍踏江山) : 강산을 두루 돌아다님
* 효박(淆薄) : 뒤섞여서 어지러움
* 불우시지(不遇時之) : 불우한 시절
* 윤회시운(輪廻時運) : 윤회 하는 때가 찾아 옴
* 연천(年淺)해서 : 나이가 적어서 세상사를 잘 모름
* 격양가(擊壤歌) :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는 노래
* 불구(不久)에 : 오래지 않아 가까운 시일에
* 전지무궁(傳之無窮) : 영원히 전함
* 천의인심(天意人心) : 하늘의 뜻과 사람의 인심
* 선분(仙分) : 신선의 연분
* 불견기처(不見其處) : 있는 곳을 볼 수 없음. 즉 순식간에 사라짐
(풀이)
수운 선생께서 세상을 주유하시다가 고향을 찾아 가는 길에 잠시 금강산에서 신선과 現夢하는 장면이다. 14세에 그런 꿈을 꾸었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14라는 숫자는 본래 7의 곱인데, 7은 내면의 빛을 발하는 상징이다. 1에서 6까지는 외부를 가리키고, 7수부터는 내면의 의식으로 들어간다. 7이 두 번 밝아지는 14는 땅을 밝히는 상징수이므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12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라고 하였으니, 12제국 괴질운수는 온 세상이 다 병에 걸렸다는 의미다. 다 죽을병이 들었으니 그걸 개벽하지 않고서는 살아날 길이 없는데, 그것이 바로 이재궁궁이다. 이재궁궁은 용담도의 중심으로 들고 나가는 문을 가리키는데, 용담도의 중심 수는 6이므로 그 앞뒤를 오고 가는 문은 5와 7이다. 그것을 천부경에서는 ‘五七一妙衍’이라고 했다. 신선으로부터 만고 없는 무극대도가 나올 것을 계시 받고 눈을 떠보니 어느 새 신선은 그 간 곳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