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비가 1
흥 비 가 (興比歌)
1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하니 기측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바 없지마는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斤)이로다
목전지사(目前之事) 쉬이 알고 심량(心量)없이 하다가서
말래지사(末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한(奈恨)인가
이러므로 세상일이 난지이유이(難之而猶易)하고
이지이난(易之而難)인줄을 깨닫고 깨달을까
* 시운(詩云) : 시경에 이르되
* 벌가벌가(伐柯伐柯) : 도끼자루를 잡고 도끼자루를 베어 냄
* 기측불원(其則不遠) : 그 법이 멀리 있지 않다. 즉 가깝다
* 부재어근(不在於斤) : 도끼날에 있지 않다
* 목전지사(目前之事) : 눈앞에 벌어진 일
* 심량(心量)없이 : 깊은 생각이 없이
* 말래지사(末來之事) : 끝에 생기는 일
* 난지이유이(難之而猶易) : 어려운 것이 오히려 쉽다
* 이지이난(易之而難) : 쉬운 것이 어려움
(풀이)
興比歌는 시경의 ‘興比’에서 나왔다. 쉽게 말하자면 ‘흥이 난 심경을 비유로 노래함’이라는 뜻이다. 시경에 기록하기를 ‘벌가벌가여하비부불극취처여하비매부득 伐柯伐柯如何 匪斧不克取妻如何 匪媒不得’이라고 하였는데 그 뜻은 ‘도끼 자루를 베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도끼 아니면 안 되지요. 아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지 중매가 아니면 안 되지요.’라고 풀이할 수 있다. 또한 ‘벌가벌가기측불원아구지자변두유천 伐柯伐柯 其則不遠 我遘之子 籩豆有踐’이라고 하였으니 그 뜻은 ‘나무 베어 도끼 자루 만들려면 그 법이 어이 멀다 하리 내 그 님을 맞으니 대그릇에 음식을 풍성히 차려 놓으리’라는 구절도 있는데, 수운 선생은 이 구절을 인용하였다.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도끼가 있어야 하는데, 도끼 자루를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 한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이치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을 말씀하신 것이다.
도끼가 나무를 베지만 그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 결코 도끼가 스스로 하는 일은 아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하다가 자기의 뜻과는 상관이 없이 끝난다면 어찌 한스럽지 않은가?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 오히려 쉬운 경우가 많고, 쉽다고 여기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