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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색기(十色氣)

영부, 精山 2010. 12. 13. 07:28

십색기(十色氣)

 

공(空)의 반대는 색(色)이다. 공은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으니 이번에는 색에 대한 언급을 하기로 한다. 色은 ‘빛 색, 얼굴 색, 모양 색'이라고 한다. 본래는 人과 卩(병부 절, 신표 절) 속에 점을 찍은 글자를 합한 모양이었다. 卩은 예부터 믿음의 상징으로 삼은 것인데, 대나무에 글씨나 문양을 집어넣은 후 그것을 쪼개어 나누어 가진다. 후일 약속을 다 이룬 징표로 대나무를 합하여 글자를 확인하였다. 이걸 가리켜 ’‘여합부절(如合符節)’이라고 한다.

 

이처럼 卩은 믿음의 상징인데, 그것이 人과 합하게 한 것은 사람의 심정이 얼굴빛에 나타나는 것이 마치 여합부절과 같다는 데에 기인하였다. 卩안에 점(·)을 찍은 것은, 생명의 불꽃을 가리킨다. ·은 ‘불꽃 주, 있을 주’라는 글자다. 이것이 좌우의 둘로 갈라지면 卵(알 란)이 되는데, 알은 계란, 새알 등과 같은 ‘생명의 부활’을 상징한다. 人밑에 생명의 알을 간직한다는 것은, 사람 속으로 생명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달리 말한다면 色은 ‘사람이 생명의 알맹이를 간직한 빛 덩어리’라는 말이다.

 

生命은 ‘산 말씀’이다. 생명을 단순하게 ‘산목숨’이라고 보아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목숨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命(목숨 명, 명할 명, 말씀 명)이라고 한데에는 결코 간과(看過)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목숨은 말 그대로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뜻이다. 그러나 명(命)은 亼(삼합 집)과 叩(두드릴 고, 물어볼 고)가 합한 글자다. 삼합은 천지인 3신이 하나 된 상태를 가리킨다. 그것이 叩와 합하여 命자가 되면 ‘천지인이 하나 되었는지, 아닌지 물어 본다’는 뜻이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절대적인 것인데, 그것은 ‘죽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식에게 ‘죽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절대적인 본능인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하자면 목숨은, 3합이 되어 나타난 상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命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命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口와 令(하여금 영, 우두머리 영, 명할 영)이 합한 글자로도 본다. 사람이 입(口)으로 令을 내린다고 하여 命이 생겼다. 이것은 목숨이라는 뜻이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을 의미한다.

 

거기에 生을 붙여 生命이라는 글자가 나왔으니, 이를 풀이하면 ‘生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령’이라는 의미가 된다. 생명은 사람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모두 거역할 수 없는 천명(天命)을 따르는 것이지, 개인적인 욕심이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이것을 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생명이란 걸 통감하게 될 것이다. 생명을 보전하는 것! 이것은 지상(至上)의 과제다.

 

이처럼 命이나 色은 다 같이 생명을 전달하고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生은 天命이다. 그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므로 반드시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현실로 나타나게 하는 것은 ‘힘‘이며, 그것을 한자로 ’기(氣 기운 기)‘라고 한다. 즉 하느님의 명령은 기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뜻이다.

 

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공기와 색기가 있다. 공기는 무색계(無色界)를 이루고, 색기는 색계(色界)를 이룬다. 무색계는 리(理)로 이루어지고, 색계는 기(氣)로 이루어진다. 리는 기를 통해서 그 실체를 나타내고, 기는 리를 통해서 기틀이 잡힌다. 기에는 음양이 있어서, 음은 정적(靜的)인 음(音)으로 나타나고, 양은 동적(動的)인 색(色)으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음(音)에도 음양이 있고, 색에도 음양이 있어서, 다시 4상으로 나뉘며, 그것이 다시 음양으로 나뉘면 8괘로 나타나는 게 우주변화의 철칙이다. 여하튼 색(色)이라는 문자에는 인간들은 모두 ‘색기’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것은 음(一)과 양(丨)이 합한 十을 통하여 나왔으니 이름하여 ‘십색기(十色氣)’다.

 

우주의 근원인 空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色을 알아라. 굳이 안 보이는 空을 알려 애쓰지 말고, 눈에 잘 띄는 色을 잘 살펴보라. 그러면 그 안에는 空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보이면 공과 색이 본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왜 인류는 숫자를 열 개 즉 十까지 만들어 놓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안 보인다면 육적인 十보다 훨씬 황홀한 영적인 十을 맛볼 수 없다. 좀 천박한 소리 같지만 ‘색을 잘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