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비가 7
연포(連抱)한 좋은 이 두어 자 썩었은들
양공(良工)은 불기(不棄)라도 그 말이 민망(憫惘)하다
장인(匠人)이 불급(不及)하여 아니 보면 어찌하리
그 말 저 말 다하자니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약간(若干)약간 기록(記錄)하니 여차(如此)여차 우여차(又如此)라
이글 보고 저글 보고 무궁(無窮)한 그 이치(理致)를
불연기연(不然其然) 살펴내어 부야흥야(賦也興也) 비(比)해보면
글도 역시(亦是) 무궁(無窮)하고 말도 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아닌가
* 연포(連抱)한 : 서로 감싸 안음. 즉 두 아름드리가 될 정도로 큰 나무. 은 나무의 고어
* 양공(良工) : 재주와 기술이 뛰어난 장인
* 불기(不棄) : 버리지 않음
* 민망(憫惘)하다 : 답답하고 딱하여 안타깝다
* 여차(如此)여차 우여차(又如此) : 이와 같고, 또 같음
* 불연기연(不然其然) :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
* 부야흥야(賦也興也) : 賦는 직서법(直敍法), 興은 상징법(象徵法), 比는 비유법(比喩法).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살피라는 말.
(풀이)
서로 손을 맞잡을 정도의 아름드리 나무가 두어 자 썩었다고 하여 훌륭한 목수는 그 나무를 버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민망한 말이다. 아예 목수의 눈에 그 나무가 맘에 들지 않아서 쓰지 않는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그만큼 매사에 신중을 기하여 수도에 임하라는 말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내가 한 말씀들을 여기저기에서 잘 살피고 생각을 해서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고, 이것저것을 잘 비교하여보면 말도 무궁하고 글도 무궁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무궁한 우주 속에 우리 인간도 역시 무궁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