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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종류 5

영부, 精山 2010. 12. 18. 06:56

쓴맛이 나는 열매들은 대개 비쩍 마르거나 가시가 돋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쓴맛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양기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형체가 마르다 못해 가시가 돋치는 것이 茶飯事(다반사)다. 신맛을 내는 나무나 열매도 대부분 위로 죽죽 뻗는 성질이 있지만, 가시가 돋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쓴맛과 다른 점이다. 신맛은 쓴맛을 내는 풀이나 나무보다 더 키가 클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봄은 여름에 비해 음이 많기 때문이다. 여름은 양중의 양이므로 음이 매우 적다. 음이 적으면 양을 지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산하는 양을 가둘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체구도 작게 마련이면서 쓴맛이 더욱 심해진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절기를 따라 살피면 되겠지만, 여기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계절의 推移(추이)를 잘 살피면 누구나 다 가능한 일이라는 점만 언급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음은 가을을 얘기할 차례인데, 그전에 長夏(장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장하는 ‘늦여름’을 가리킨다. 늦은 계절은 여름에만 있는 게 아니라, 늦은 봄도 있고, 늦은 가을도 있으며, 늦은 겨울도 있는데, 굳이 늦여름만 장하라고 하여 5행의 중심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계절을 크게 음양으로 나눈다면 봄과 여름은 양에 속하고, 가을과 겨울은 음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음과 양의 교차시기가 여름과 가을의 사이이므로 그 중간매체로 삼은 것이 늦여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있다. 그렇게 따지면 겨울과 봄 사이에도 중간매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역학에서는 늦여름만 5행의 중심인 土라고 할 뿐, 늦겨울은 5행에 끼어주지 않을까? 이런 의문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무수한 역학자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니 정말로 奇異(기이)한 일이다. 사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적에는 辰土가 매개를 하고,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는 未土가 있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적에는 戌土가 있으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丑土가 있다. 이처럼 4土가 있지만, 5행의 상생과 상극을 논할 적에는 늦여름과 가을 사이에만 土를 두었다. 이것은 金火交易의 이치를 가리키는데 한 마디로 말해 금화교역은 선, 후천의 개벽을 말한다. 쉽게 말한다면 겨울의 水는 봄의 木으로 넘어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여름의 火가 가을의 金으로 바로 넘어가면 火克金(화극금)하게 되어, 열매인 金이 다 녹거나 타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대자연은 불가피하게 자동보호를 하게 되어 金과 火의 자리를 서로 바꾸어 놓는데, 그것이 바로 낙서의 2곤지와 7태택이 서방으로 가고, 4손풍과 9리화가 남방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보통 ‘금화교역’이라고 한다. 하루로 치면 봄과 여름은 양기가 강한 오전에 해당하고, 가을과 겨울은 음기가 강한 오후에 해당하는데, 오전과 오후 사이에 금화교역을 한다. 이런 이치 때문에 여름의 火와 가을의 金 사이에 土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장하의 색을 가리켜 황색이라고 한다. 黃은 田(밭 전)과 茪(초결명 광)을 합한 문자다. 田은 안에 十을 품은 채, 사방, 팔방으로 기운을 주고받는 모양인데, 본래 8괘와 9궁이 운행하는 우주변화의 원리를 상징한다. '밭‘이라는 말이나 ’바탕‘이라는 말은 본래 그 어원이 같은 것인데, 모든 이치가 나오는 밭이나 바탕을 田이라고 한다. 茪은 ’초결명‘이라는 풀을 가리키는데, 보통 ’마름‘이라고도 한다. 決明(결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光을 솟게 하는(艹)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을 보아도 분명 밝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黃에서 주의할 것은, 11획이 아니라 12획이라는 사실이다. 여하튼 黃色은 ’빛을 솟아나게 하여 사통팔달로 통하게 하는 밭‘이라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