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종류 9
흰색을 가리키는 ‘희다’라는 말은 ‘希(바랄 희), 혹은 稀(드물 희’)에서 왔다. 씨앗을 많이 심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흰머리를 가리켜 ‘희끗희끗하다’고 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흰색의 맛을 가리켜 ‘매운 맛’이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辛味(신미)라고 한다. 辛은 본래 예전에 죄인의 얼굴에 刺字(자자 : 글을 새김)하던 칼을 본 따서 만든 글자였다. 그러기 때문에 ‘허물, 죄’를 상징하는 글자였으므로, ‘매울 신’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글자의 모양을 보면, 立과 十을 합한 것으로 ‘十을 세우다’는 뜻이다. 立은 大와 一을 합한 글자인데, 사람이 팔을 벌리고 크게(大) 땅 위(一)에 서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설 립’이다. 매운맛이라고 하면 십중팔구 청양고추처럼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맛을 연상할 것이다.
여기서 얘기가 빗나가는 것 같지만, 청양고추를 마치 충청도 청양에서 재배되는 고추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 백과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청양고추(靑陽 고추, 영어: Chungyang Red Pepper)는 한국에서 재배되는 고추 중 가장 매운 고추 품종 중의 하나이다. 1983년 《중앙종묘》의 유일웅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청송, 영양지역 고추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3년간 연구 및 시험재배를 했기 때문에 청송과 영양의 글자를 따서 “청양고추”라고 이름 지었다.>
가을의 느낌을 떠올려보면 맵다는 느낌보다는 차라리 淸凉(청량)함이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것은 박하처럼 시원함과 상쾌함과 매운맛이 함께 한 상태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시원한 느낌은 봄의 맛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봄의 푸른색을 보면 차가우면서도 시원하지 않은가? 가을을 가리키는 백색도 역시 그런 맛이 들긴 하지만,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백색은 시원하다기 보다는 쌀쌀하다고 하는 게 더 근접한 표현이다. 푸른색에서는 바람이 느껴지지만, 흰색에서는 바람을 연상하기 보다는 깨끗함을 더 느끼기 쉽다. ‘시원함과 깨끗함’ 이것이 바로 봄과 가을의 차이다. 사실 봄은 따스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겨울의 殘滓(잔재 : 나머지 찌끼)가 남아 있어서 차가운 편이다. 이에 비해 가을은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비록 쌀쌀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실상 차가운 편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매운맛은 열기를 발산하게 마련이요, 신맛은 냉기를 발산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