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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相)과 상(象), 상(狀) 2

영부, 精山 2011. 1. 12. 07:30

木은 오래전부터 동양에서는 태양이 솟는 동방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태양은 밤 새 어두움에 싸인 만물의 형상을 밝게 드러낸다. 木을 가리키는 숫자는 3과 8이다. 3木은 木氣를 가리키는데 5土의 기운을 얻어 비로소 木形으로 그 모습을 나타낸다.

그것이 바로 8木이다. 이처럼 木에는 3, 8의 의미가 들어 있으니, 그냥 ’나무‘라고만 하면 木의 眞味(진미)를 모른다. 우리가 역학과 한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 木은 天(丨)과 地(一)와 人이 한데 합한 문자다. 人은 왼 편의 남자(丿)와 오른편의 여자(乀)가 한데 합한 모양인데, 하늘과 땅은 각기 한 개씩 존재하지만 인간은 남녀가 있다는 걸 木으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木에는 ‘천지인‘ 3수가 함께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十은 無極(무극)이라고 하여 十色氣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다. 색이 그 모습을 보이는 곳은 동방이며, 계절로는 봄인데, 오행으로 木이라고 한 것은 이와 같은 이치 때문이다. 즉 十이 자신의 모습을 좌우로 보이는 상태를 木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木은 十八이 합한 문자라고도 할 수 있는데, 18은 9 × 2이다. 9는 천지인이 각기 3변을 하여 3 × 3한 상태이니, 삼신의 변화를 가리키는 숫자다.

 

그러므로 9는 ’9변‘ 혹은 ’9궁‘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木에는 十이 3과 8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의미가 다 들어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目은 二라는 음양을 보게 하는 그릇이므로 ’눈‘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相은 무극이 음양을 통하여 자신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相은 세월과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하는 모양을 가리킨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걸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木은 밤 새 어두움에 싸였던 천지인 삼재가 8방으로 그 모습을 나타냈다는 걸 가리킨다. 그 모습이 밝게 나타나면 비로소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므로 木에 目을 붙여서 相이라는 문자를 만들었다.

결국 相은 ‘천지인 삼재가 밝아진 모습을 보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천지인 삼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어둠에 묻혀 그 모습을 못 보았을 따름이다. 즉, 인간의 얼굴이나 손과 같은 신체에는 알게 모르게 누적된 온갖 기쁨이나 고통, 즐거움이나 고통 등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모습이 문득 보이게 마련인데, 그걸 가리켜 ’觀相, 手相‘이라고 부른 것이다. 相을 ’모양 상‘이라고 하기 보다는 ’서로 상‘이라고 하는 것은 이처럼 반드시 보이지 않는 원인과 서로 작용을 하여 나타난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象은 ‘코끼리 상‘이라고 한다. 象은 본래 코끼리의 귀, 어금니, 네 발, 꼬리 등을 본 뜬 글자다. 그것은 ‘코끼리 상’ 외에 ‘모양 상, 조짐 상’ 등의 뜻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돼지를 가리키는 豕(시)를 部首(부수)로 한다는 점이다. 돼지와 코끼리! 이 둘 사이에는 무슨 연관이라도 있다는 말일까? 코끼리는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덩치는 물체를 가리키며, 물체는 곧 물질문명을 상징한다. 돼지는 탐욕의 상징이므로 역시 물질문명의 상징이다. 가장 큰 덩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맥락이 아닐까? 그래서 돼지(豚)과 코끼리(象)은 부수를 함께 한 걸까?

 

하늘이 세상에 내려주는 兆朕(조짐)을 가리켜 ‘천수상(天垂象)’이라고 한다. 이것은 하늘, 즉 천연적인 모양은 象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하늘이 내려주는 것은 象이요, 그것을 본떠서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은 像이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銅象(동상)이 아니라 銅像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천지가 빚어내는 기후의 상은 氣象이라고 해야 한다. 기후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지니고 있는 기의 상태는 氣像이라고 해야 한다. 이른바 ‘저 사람은 氣像이 凜凜(늠름)하다’고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象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天然的(천연적)인 상태의 모습을 가리킨다. ‘천수상(天垂象)’한 모습을 제대로 볼 적에 비로소 ‘神人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 최초로 八卦(팔괘)를 그은 伏羲(복희, 혹은 包犧)나 신농, 황제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팔괘는 대자연의 상을 가리킨 것이므로 8괘의 상을 가리켜 卦象(괘상)이라고 하며, 그것을 數理(수리)와 합한 걸 가리켜 상수학(象數學)이라 한다.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는 狀(형상 상)이라는 글자도 있는데, 사물이나 현상이 처해 있는 모양이나 형편을 가리키는 용어로 狀態(상태)가 있고, 일이 되어가는 모습이나 형편을 가리키는 狀況(상황) 등에 사용한다. 그것은 爿(나무 조각 장)과 犬(개 견)을 합한 문자다. 犬는 ‘하찮은 것’을 비유한다. 나무 조각에 나타나는 모양이 크면 얼마나 크고,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니 하찮은 모양이라고 하여 狀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狀은 주로 단편적이며, 부분적인 사물의 모양이나 형편 등을 가리킬 적에 사용한다. 역학에서 가장 밝은 곳은 진사지간(辰巳之間)이라 하며, 가장 어두운 곳은 술해지간(戌亥之間)이라 한다. 밝은 곳을 선호하던 선천 양의 시절에서는 개(戌), 돼지(亥)는 賤待(천대)의 대상이었다. 狀은 이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를 가리킬 적에 쓰는 용어다.

지금 '당신의 상태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