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맹자
4. 어화 세상 수도인(於花世上修道人)들 또한 말씀 들어보소. 우리 선생 전(先生傳) 한 글에 주역괘상 대정수(周易卦象大定數)와 대학중용(大學中庸) 말씀 하와 선왕고례불실(先王古禮不失)차고 추로지풍(鄒魯之風) 말씀 하고 요순지풍 전(堯舜之風傳)했으니 선불합덕 심성(仙佛合德心性)닦아 유도복명(儒道復明)이 아닌가.
(풀이)
어화(於花)는 흥을 돋우려는 추임새로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는 용어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닌 것이, 그것은 곧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던 물질문명을 가리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어화는 ‘꽃’을 노래한 것이요, 아직 열매가 맺지 않은 여름문명을 가리킨다. 마땅히 가을이 오면 열매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어화 세상 수도인들’은 바로 낙서의 상극문명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다.
‘우리 선생’은 수운 대신사를 가리킨다. 수운 대신사께서 전한 글은 동경대전과 용담유사가 있는데, 이 글들은 전부 주역과 그 괘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대학이나 중용 같은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였는데, 공자의 말씀은 사실 주역을 인용한 것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동경대전이나 용담유사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그런 역학에 관한 지식이 어느 정도 구비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문자 풀이에 치우쳤으니 어찌 수운 대신사의 말씀을 알 수 있겠는가? 특히 봉명서는 철저하게 수운 대신사의 말씀을 좇은 것이므로 동학의 어떤 경전보다도 더 수운 대신사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이처럼 옛 고서를 인용한 까닭은, 성현들의 말씀은 대자연의 이치를 갈파한 天命(천명)이기 때문에 예절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선왕고례를 잃지 말자고(先王古禮不失 차고) 추로지풍을 말씀하셨다. 추로지풍은 맹자와 (孟子는 기원전 372년?~기원전 289년? 사이 전국 시대 추(鄒)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가(軻)이고, 자는 자여(子輿) 또는 자거(子車)라고 함) 공자의 가르침을 의미한다. 儒道(유도)는 물론 공자께서 세우셨지만, 그 학풍을 이어 받은 성현들은 맹자 이외에도 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공자와 같은 班列(반열)에 맹자를 거론한 까닭은, 공자는 선천자요 맹자는 후천자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현무경의 해설에서 상술한 바 있으나, 다시 한 번 거론한다면 공자는 낙서의 시두인 子時(자시)를 가리키고, 맹자는 후천의 자미회(子未會)를 가리킨다.
“공자노지대사구(孔子魯之大司寇) 맹자선세제량지군(孟子善說齊梁之君) 서유대성인왈서학(西有大聖人曰西學) 동유대성인왈동학(東有大聖人曰東學) 도시교민화민(都是敎民化民) - 공자는 노나라에서 대사구를 하고 맹자는 제나라와 양나라의 군주를 선한 말씀으로 교화하느니라 서방에도 대성인이 있으니 서학이라 하고 동방에도 대성인이 있으니 동학이라 하나니 이 모두가 백성을 교화함이니라”
즉 공자는 선천의 서학을 가리키고, 맹자는 후천의 동학을 가리킨다는 말씀이니, 공자의 孔(구멍 공)은 갓난 아이의 머리에 있는 말랑말랑한 숫구멍(쥐구멍)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선천 天子인 子時를 가리키고, 맹자의 孟(맏 맹)은 열매(子)를 담은 그릇인 皿(명)이므로 후천 천자의 등극을 가리킨다. 열매는 未會에 등장하므로 子는 未로 옮긴다. 요순지풍은 ‘요’임금과 ‘순’임금의 風紀(풍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요임금은 황극역을, 순임금은 음양력을 상징한다. 이런 것은 모두 하도를 가리키는 선천의 선도와 낙서를 가리키는 불도를 합한 후천 인존문명의 새로운 유도를 다시 밝히려고 함이다(선불합덕 심성(仙佛合德心性)닦아 유도복명(儒道復明)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