辰巳
다섯 번 째의 지지는 辰이다. 흔히 ‘용띠’라고 하는데, ‘별 진, 때 신’이라고 읽는다. 그러나 본래는 별과 無關(무관)하게 조개가 입을 벌리고 발을 밖으로 내어놓은 모양을 본뜬 글자였다.
조개가 입을 닫고 있으면 좀처럼 열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입을 열면 부드럽고 맛좋은 속살이 있다. 단단한 껍질은 양을 가리키고, 속살은 음을 가리킨다. 이는 마치 강력한 양기가 있어 감히 접근할 수 없지만, 일단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온갖 신묘한 조화를 부리는 용과 흡사하다.
조개는 貝(패)라고 하여 예전에는 재물을 가리켰다. 子時(자시)에서 출발한 시간은 辰時와 巳時(사시)에 이르러 가장 힘이 있고 밝은 양기로 충만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부터 용꿈은 대박의 징조였다. 辰에는 ‘때’를 가리키는 의미도 있는데, 예를 들면 ‘생신을 축하합니다’고 할 적에 生辰(생신)이라고 읽는다. ‘이순신 장군 탄신 ** 주기’라고 할 적에도 誕辰(탄신)으로 읽는다.
예전에 누군가 생일축하카드를 보냈는데 ‘生身을 축하합니다’라고 한 걸 본 기억이 있는데, 生身이 아니라 生辰이라고 해야 한다. 여하튼 辰은 봄과 여름의 중간, 하루로 치면 오전과 오후의 중간에서 중매하는 역할을 하므로 오행으로 土가 된다. 토중에서도 봄의 기운, 즉 木氣가 많이 함유된 흙이다.
12시간 중에서 전반부 마지막 시간은 巳時다. 巳는 뱀이 몸을 도사리고 꼬리를 드리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子에서 시작한 오전의 시간은 巳에 이르러 마지막(9시 ~ 11시)이 되기 때문에 뱀은 오후의 음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뱀은 양의 마지막을 지키는 步哨(보초)와 같아서 예부터 양의 수호신으로 여겼다.
오죽하면 에덴동산에서 음을 상징하는 하와(여성)을 유혹하려고까지 하였을까? 여성을 유혹한다는 것은 곧 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음의 세계에서도 양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속셈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뱀을 섬겼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뱀이 양의 수호신을 상징한다는 증거다.
뱀은 귀가 없다는 사실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 귀는 음을 가리킨다. 巳時부터는 이미 태양이 절정의 상태에 도달하였으니 오행으로 火라 한다. 불같이 뜨거운 볕을 방사하는데, 午火를 양이라 한다면 巳火는 음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