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酉
그리하여 申時(15시 ~ 17시)부터는 본격적인 오후(가을)의 金氣가 등장한다. 申은 ’펼 신‘이라고 하는데, 음기가 오그라지고 펴지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申은 丨과 臼가 합한 글자인데, 丨(세울 곤)은 음기가 펴지는 것을 본뜨고, 臼(절구 구)는 오그라드는 것을 본떴다.
申은 陽金에 속한다고 보는데, 짐승으로는 ’원숭이‘다. 申金과 원숭이! 이 둘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金은 단단함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군더더기나 잡스러운 것들을 전부 除(제)한 상태를 가리킨다.
이를 달리 말하면 ’聰明(총명)함‘이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고 높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결실이라고 하는 것은 생명의 精髓(정수)만 모아 놓은 상태다. 봄과 여름의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들을 전부 떨쳐버리고 오로지 생명의 핵심만 모아 놓았으니 당연히 작으면서도 단단하게 마련이다. 물질 중에서 쇠가 바로 그런 성질을 대변하기 때문에 열매를 金이라고 하였다.
짐승 중에서 가장 판별력이 뛰어나고 총명한 걸 꼽는다면 단연 원숭이다. 사람과 가장 흡사한 모양을 지녔다는 사실은 그만큼 차원이나 수준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기 때문에 申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면(示) ’神(신)‘이 된다.
酉는 보통 ‘닭 띠’라고 하며 ‘닭 유’라고 읽는다. 그러나 본래는 닭과는 무관한 ‘술’을 가리키는 글자였다.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서 술을 가리키는 酒라는 글자에 酉가 들어간다. 酉는 주둥이가 좁은 술병을 본뜬 글자로서 一은 술의 양을 측정하는 일종의 指標(지표)였다.
또는 西쪽의 어둠속으로 一태극이 갇힌 상태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곧 달을 의미한다. 태양의 양기와 달의 음기가 합하면 술처럼 맛과 멋이 난다. 닭은 시간을 알려주는 傳令(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방에 달이 떠서 밤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申과 酉는 다 같이 오행으로 金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저녁의 쌀쌀한 음기가 양을 단단하게 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