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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

영부, 精山 2011. 3. 9. 06:57

이에 비해 地는 유형적인 형체가 모인 곳이므로 반드시 흙(土)속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土라는 글자는 밑에 있는 대지 위에 자그마한 언덕이 생겨 땅이 볼록 솟은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十과 一을 합한 문자로 보는 게 더 깊은 의미가 있다.

十은 무극이요, 一은 태극이니 결국 土는 무극과 태극이 합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十무극이 위에 있고, 一태극이 밑에 있으면 土라 하고, 반대로 一태극이 위에 있고, 十무극이 밑에 있으면 干(방패 간)이 된다. 다시 말하면 땅에서 하늘의 생명을 형상으로 돋게 하는 것은 土이고, 하늘의 생명을 속에 품어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은 干이다.

 

여하튼 土를 이어주는(也)가 합한 상태가 地이므로 십무극과 일태극을 이어주는 곳이 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也는 ‘잇기 야, 어조사 야’라고 하는데, 여성의 陰部(음부)를 본뜬 글자다. 여성의 음부는 하늘의 무형적인 생명을 형체로 이어주는 곳이다.

 

人은 본래 사람이 팔을 뻗치고 서 있는 모양을 옆에서 그린 글자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남녀가 서로 기댄 모습이라고 보아 ‘사람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생각한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으니, 그것은 人과 天의 관계다. 天에 있는 두 개의 一을 벗어버린 모습이 人이다. 이것은 人은 본래 天으로부터 온 존재라는 사실을 가리킨다. 벗어버린 두 개의 一, 그것을 대자연에서 찾는다면 天地요, 가정에서 찾는다면 父母다. 즉 천지의 품을 벗어난 존재가 人이며, 부모의 품에서 독립했을 때에 비로소 人이 된다는 걸 가리킨다.

사람이 사람노릇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을 키워 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부모에게 의존한단 말인가? 사람다운 사람도 역시 천지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지의 품? 그것은 시공과 물질을 가리킨다. 언젠가 인간은 시공을 초월하며, 물질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날이 온다. 그것이 진정한 신의 형상이다. 지금 인류는 그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天神과 地神과 같은 班列(반열)에 오르는 人神이 무더기로 나타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