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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가족 2

영부, 精山 2011. 3. 24. 06:36

가정의 庭(뜰 정, 마당 정)은 广(집 엄, 굴 바위 엄) 속에 廷(조정 정, 관아 정)을 합한 글자다. 廷은 壬(북방 임)과 廴(길게 걸을 인)을 합한 글자인데, 그것이 어떻게 해서 ‘조정’이나 ‘관아’를 가리킨다고 할까?

조정은 滿朝百官(만조백관)이 모여 정사를 의논하는 곳이다. 滿朝는 글자대로라면 ‘아침을 채우다’는 말인데, 朝는 아침 외에도 ‘처음’이란 뜻이 있으니 ‘처음을 채우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곧 ‘임금을 처음으로 謁見(알현)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조백관은 ‘임금을 처음으로 알현하기 위해서 모인 백관’이다.

임금은 天을 상징하므로 ‘하늘을 처음 보기 위해서 모인 곳’이 조정이라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만물의 시작인 물의 모임을 가리킨다. 물은 북방 水이므로 북방을 가리키는 壬이 길게 늘어진(廴) 상태(廷)라고 하였다. 그것을 广이 덮고 있으면 만조백관이 모인 뜰을 가리킨다. 따라서 家庭은 ‘도인들이 모인 뜰’이라는 의미다. 庭이 들어가는 문자로는 校庭(교정), 法庭(법정), 宮庭(궁정) 등이 있다.

 

지금은 核家族(핵가족)의 시대라고 한다. 예전에는 대가족제도가 성행하여 씨족공동체, 혹은 부족공동체를 이루었었다. 그런 대가족제도에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여 예절과 윤리를 매우 중시하였다. 그러나 대가족이 무너지고 핵가족이 되면서 그런 전통과 풍습은 점점 稀薄(희박)해졌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잘 모르며, 언제 이사 오고 가는 지도 잘 모른다.

그 대신 인터넷이 발달하여 같은 취미나 뜻을 가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예전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문화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과연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대가족과 핵가족의 정점만 모아 놓은 가족제도가 탄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