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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乞外交

영부, 精山 2011. 6. 3. 06:40

求乞外交

 

인터넷 상은 지금 북한이 발표한 우리 정부의 구걸외교에 대한 비판으로 들끓고 있다.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의 내용은 ‘천안함 사건’에 관한 것이다. 그간 줄기차게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면서 천안함에 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고서는 어떤 회담이나 협상, 원조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나왔던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애초부터 북한의 소행이 아니었다는 증거인 동시에, 더욱이 돈을 주면서 북한의 사과를 받아 내기 위한 구걸외교를 했다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는 내용들이다. 아마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치졸한 짓이라는 것이 누리꾼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북한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정부나 언론의 발표가 사실인지, 아니면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 지금 시점에서는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에 먼저 회담을 제안한 건 사실인 모양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불신감과 배신감을 국민들이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북한이 머리 숙이고 들어와서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랬다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건 무엇인가 흑막이 있다는 걸 짐작하지 못할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求乞이란 말은 ‘빌어먹다’는 말이다. 求는 ‘구할 구’인데 본래는 털가죽으로 만든 옷의 모양을 본뜬 글자였다. 뒤에 ‘구하다’는 말로 가차되었으나 예전에 고급 털옷을 입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으므로 ‘구해서 입는 옷’이었기 때문에 ‘구할 구’로 변했다. 乞은 ‘빌 걸, 구할 걸’이라는 뜻인데 본래는 하늘에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양을 본뜬 글자였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제일 기본적인 것은 믿음이다. 믿음이 깨지면 서로가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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