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 精山 2011. 6. 14. 07:25

乾方

 

동양에서 가장 오래 된 것으로는 주역이 있다. 周易은 周(주)나라의 문왕이 8괘를 그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며, 온갖 만사를 두루두루 꿰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여 ‘두루 周’를 붙인 것이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됐건 다 맞는 말이다.

사실 易(역)이라고 하는 이름 자체가 ‘바뀔 역’이 아니던가? 이 세상에는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 천년을 부동의 자세로 서 있는 산이라고 하여도 매순간마다 변화한다. 인체에 있는 무수한 세포도 역시 매일 바뀐다. 정녕 이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제멋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에 의한다. 만일 세포가 제멋대로 바뀐다면 어느 순간 갑자기 세포가 노화되어 한 살 짜리 노인네가 탄생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반대로 100세가 넘은 노인네가 갑자가 갓난애처럼 활골탈태한다면 그 역시 혼란스러운 일이다.

주역은 8방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하늘을 가리키는 건괘가 있고, 건괘가 있는 곳을 가리켜 ‘건방’이라고 한다. 乾(건)은 ‘하늘 건, 마를 건’이라고 한다. 乾은 乙을 부수로 하여 찾는다. 乙을 뺀 나머지 글자 *를 ‘건’이라 하는데서 ‘하늘 건’이라는 음이 나왔다. *의 모양은 상하의 十 사이에 태양(日)이 들어가 있고, 그것을 좌우로 펼쳐내는(人) 상태다. 乙은 초목의 싹이 뻗어가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것을 종합하면 아침 해가 남북극 사이에서 힘차게 솟는 모습과 초목이 뻗어가는 모습을 다 합한 상태인데, 이 모든 것은 하늘을 향하기 때문에 ‘하늘 건’이라고 했다.

건방은 이처럼 ‘하늘로 향하다’는 의미가 있는데, 건방을 떨면 안 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건방지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늘이라고 하지만 하늘로 향해야 하는 때가 있고, 땅으로 향해야 하는 때가 있다. 아무 때나 하늘로 향하는 것은 때를 모르는 철부지다. 지금은 하늘이 아니라 땅을 향해야 할 때다. 높고 맑은 이상적인 식견을 갖추었다면 반드시 탁하고 어두운 땅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땅도 밝고 따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이요,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