黙秘權
黙秘權
강화도 해병 2사단 김상병은 평소 문제 사병으로 분류돼 왔다고 한다. 문제 사병인줄 알면서도 굳이 실탄을 만지는 지피에서 근무하게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식사를 하면서 아들 녀석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인원이 부족해서’란다. 후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방은 인원이 부족해서 항상 고전한다고 한다. 지피나 지오피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보내지 않다 보니 웬만하면 그냥 다 철책선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전방에서는 휴가 한 번 나오려면 동료들이 그만큼 부담을 지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김상병은 자신의 후임들이 졸병으로 들어왔으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데에 앙심을 품었던 모양이다. 제일 먼저 권이병을 사살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가 술만 마시지 않았어도 그런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 순간만 넘기면 그만인 것을! 알고 보면 모두가 뜬 구름인 것을!
여하튼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김상병은 지금 黙秘權(묵비권)을 행사 중이라고 한다. 묵비권은 默(잠잠할 묵)과 秘(숨길 비)가 합한 말이니 ‘잠잠하게 숨기다’는 뜻이다. 默은 黑(검을 흑)과 犬(개 견)이 합하였다. 黑은 窓의 변형된 글자와 炎(불꽃 염)이 합하였으니 이는 곧 불이 훨훨 타 올라 창문 밖으로 나가게 되면 거멓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검을 흑’이라고 하였다. 秘는 본래 示(보일 시)를 부수로 하며 必(반드시 필)과 합한 문자다. 必은 八과 弋(주살 익)이 한데 합한 글자인데, 어떤 표적으로 말뚝을 박아 확실하게 경계를 갈라놓는다는 데서 ‘반듯하다, 단정하다’는 뜻이 나왔으며 그것이 ‘반드시’라는 단정적인 뜻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