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伏
初伏
초복이 지난 지도 며칠이 됐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복날은 우리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금년에는 박경하 원우님이 큰마음을 내서 여러 원우님들을 초청해 삼계탕을 맛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원우님들이 흐뭇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복날에는 개나 닭이 수난을 당한다. 지금은 삼계탕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지만, 예전에는 보신탕이 대표적인 초복의 음식이었다. 개나 닭은 다 같이 金氣가 많은 식품이라는 걸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한 것도 아니었을 터인데, 아마 조상들은 오행의 원리를 직관했던 모양이다. 복날에 개고기를 즐긴 이유는 금기를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火克金을 하기 십상이어서 몸을 단단하게 해주는 금의 기운이 절대 부족하게 마련이다. 금기가 부족하면 곡식들은 튼실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람은 툭하면 감기에 걸리게 마련이다. 금은 본래 불에 녹는 성질이 있기에 우리 조상들은 금의 기운이 강한 개고기를 섭취하여 부족한 금기를 보충하려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은 반드시 일진이 庚(경)이 들어가는 날로 삼았다. 庚은 오행으로 金에 속한다. 지난 초복날의 일진은 경오(庚午)일이며, 다음 중복의 일진은 庚辰(경진)일이다. 그런 이치를 모르는 서양인들은 우리를 일컬어 야만족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말에 신경 쓸 건 하나도 없다.
伏이라는 글자는 본래 엎드려 복종하다는 뜻이다. 사람을 가리키는 人옆에 개를 가리키는 犬(견)이 엎드려 있는 걸 그대로 본뜬 글자다. 하필이면 개가 들어간 伏에 개고기를 먹었던 이유도 실은 금의 기운을 엎드리게 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금의 기운은 곧 가을의 기운이며, 그것은 곧 풍성한 영혼의 수확을 상징하는 것이다. 단단하고 튼실한 영혼의 양식을 금의 기운으로 상징하였던 셈이다. 금은 불속에서 연단되어야 비로소 적당한 농기구나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