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德
言德
어제 공부하는 중에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대개 이 말은 어떤 일을 할 적에 어딘가 기댈 곳이나 의지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아무런 인맥이나 연줄이 없는 사람들이 신세를 한탄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숨은 뜻이 들어 있다. 하필이면 왜 소가 등장하며, 언덕에 비빈다고 한 것일까? 선천의 물질문명은 말로 상징한다. 예부터 하늘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하였으며, 땅은 소(牛)라고 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말이 내려온다고 하여 天馬, 혹은 龍馬라고 불렀다. 이에 반해 소는 땅을 갈아엎는 일을 하였다. 땅은 세상이므로 땅을 갈아엎는다는 말은 곧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하늘의 씨앗을 마음 밭에 심어 풍요롭도 덕스러운 세상으로 탈바꿈하는 상징을 한다.
그럼, 언덕은 무얼 가리킬까? 비벼대는 곳이라면 나무나 담벼락 등이라고 해야 할 텐데, 굳이 언덕이라고 한 데에는 다른 이유랃 있지 않을까? 언덕은 言德을 가리킨다. 진리의 말씀으로 덕을 베푸는 일! 그것이 바로 언덕이다. 말은 조화를 가리키는 하늘이요, 소는 교화를 가리키는 땅이다. 교화는 곧 덕이 있는 말과 행동을 가리킨다. 言은 본래 하늘의 말씀이요, 그것을 받아서 펼치는 곳은 땅이다. 그러므로 소가 등장하고, 언덕에 비벼야 한다고 조상들은 일러주었다. 이른바 天地否에서 地天泰로 바꾸라는 가르침이었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내세울만한 연고도 없다는 푸념이나 비하(卑下)는 멀리 집어던지고 이제는 비빌 언덕을 찾으러 나설 때가 왔다. 누구 같이 갈 사람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