演說
演說
이대통령이 지난 달 美 의회에서 행한 연설은 '로비 업체' 작품이었다고 한다. 주한 미 대사관에서 미국의 저명한 연설문 작성대행 로비업체인 웨스트윙라이터스에 의뢰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하는데, 자그마치 4만 6500달러(한화 6천 만 원 가량)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한 외교전문가는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에 영어를 잘하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인재들이 많은데도 이 대통령의 국민방문 연설문 작성을 일개 로비업체에 의뢰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한 비용까지 지급했다는 부분에서는 한국의 외교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는 세계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이 정부의 관리들의 자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 나라의 대통령의 입장에서 행하는 것이니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상식이지만, 그걸 하필이면 방문국의 로비업체에 맡기면서까지, 막대한 비용까지 지불하해야 했을까? 도대체 명색이 최정예 외교관이라고 하는 대사관의 직원들은 어디에 써 먹으려고 하는가? 그들의 눈에는 그 돈이 국민의 혈세라는 인식도 없단 말인가?
演說은 演(멀리 흐를 연)과 說(말씀 설)이 합한 글자다. 문자 그대로라면 ‘멀리 퍼져나가게 하는 말씀’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강하고 질긴 생명력이 있는 말씀이어야 한다. 演은 氵와 寅(삼갈 인)이 합하였는데, 寅은 본래 사람이 집안에서 두 손을 굳게 잡고 서로 삼가 조심할 것을 약속하는 상징으로 나온 문자다. 흔히 ‘호랑이’를 가리키는 문자라고도 하는데, 호랑이 앞에서는 모든 걸 삼가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맥락이 통한다. 그것이 氵와 합하면 자신의 몸을 삼가 조심해서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간다. 說은 言과 兌(빛날 태, 기름질 태, 즐거울 태)가 합하였으니 모든 걸 풍요롭고 즐겁게 하는 말씀을 가리킨다. 따라서 연설은 ‘삼가 자신을 오랫동안 깨끗하게 하고, 모든 이를 즐겁고 풍요롭게 하는 말씀’이라는 의미가 된다.
연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진정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가식은 오랜 생명력이 없다. 잘 되건, 못 되건 남에게 의뢰해서 하는 건 연설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자신의 진실이 담긴 것이라야 한다. 그런 연설은 감히 몇 천 만원 짜리와 비교할 수도 없는 고귀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