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해 세)
歲(해 세)
흐르는 세월은 쏜 살 같다. 아무리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도 세월을 막을 장사는 없다. 歲月은 ‘해 세’와 ‘달 월’을 합한 글자이므로, ‘해와 달’이라는 말이다. 세월이 흐른다는 말은 곧 해와 달이 흐른다는 말과 같다. 해와 달의 흐름을 막는다 함은 결국 음양의 운동을 막는다는 것이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歲는 본래 도끼를 본뜬 상형문자였으나 뒤에 木星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었다.목성은 세성(歲星)이라고도 부르는 별로서 태양계의 5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가장 거대한 행성이다. 목성은 태양계 여덟 개 행성을 모두 합쳐 놓은 질량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지름이 약 14만 3,000km로 지구의 약 11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형상을 가리켜 하필 木星이라는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5행 중에서 木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낸 별이라는 면에서는 지당한 이름이다. 본래 목은 厥陰風木이라 하여 풍선처럼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그 덩치가 크게 마련이다.
歲를 古字에서는 步(걸음 보)과 戈(창 과)라는 旁을 붙여서 사용했다. 즉 창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면서 걸어가는 것이 歲라는 의미였음을 알 수 있다. 月은 달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태양은 항상 빛이 충만하여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속에 一을 집어넣은 日로 했으나, 달은 날마다 변하기 때문에 二를 집어넣었다. 二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양을 상징한다. 그리고 日은 사방이 다 막힌 口를 사용하였는데, 그것은 4방 어디든지 항상 빛을 발산하는 것이 태양이기 때문이요, 달은 밑이 터진 冂을 사용하였는데, 그것은 자식인 지구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와 같은 달의 성질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月자를 쓸 적에 주의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月에 들어 있는 二를 양 옆의 기둥에 닿게 쓰고 있지만, 본래는 오른 편 기둥에 닿게 해서는 안 된다. 옥편을 자세히 보면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달은 비록 西方(오른 편)에서 뜨지만, 후천 인존문명에서는 동방으로 음양이 시작하는 곳이 왼편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 즉 현무경의 첫머리 其瑞在東을 가리키기 위함일 것이다. 글자 하나에도 이와 같은 깊은 뜻이 서려 있다.
양력으로 12월 중순으로 접어든다. 사람들은 이때를 가리켜 세모(歲暮)라고 한다. 暮는 ‘저물 모’이니 세모는 ‘저문 해’를 가리킨다. 다른 말로 ‘세밑’이라고도 한다. 暮는 莫(고요할 모, 없을 막)와 日을 합한 글자다. 莫는 屮屮과 日을 합한 會意문자인데, 태양이 풀숲에 가려진 모습이라고 하여 ‘저물다. 어둡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