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용돈(펌 글)

엄마의 마지막 용돈

 

 

오늘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다. 용돈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주에는 수학여행도 있으니 이것저것 준비하라고 다른 때보다는 좀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 원뿐이었다. 평소에 쓰던 가방을 가져가기도 창피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대힜던 내가 바보였나?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짝꿍이 용돈을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려 한참 신나게 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30분 후에 또다시 벨이 울렸다. 역시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배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를 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고, 가방도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해 벨을 눌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 참, 오늘은 엄마가 일하시는 날이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평소에는 드라마를 할 시간이었는데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남자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고 했다. 순식간에 불이 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타거나 유독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꽤 오랜 새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졌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아까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그 사이 문자가 다섯 통이나 와 있었다. 그 중엔 엄마가 보낸 것도 두 개가 이었다. 첫 번째 문자를 열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집으로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 샀어.'

 

나는 문자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눈물을 닦고 미안한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가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딸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