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 2
사람은 천지에서 나온 존재다. 그러기에 천지를 가리켜 인간의 부모(父母)라고 하였다. 자녀는 부모의 성정(性情)과 혈통(血統)을 그대로 이어 받는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천지의 성정과 혈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예부터 인간은 하늘의 도(道)와 땅의 덕(德)을 본받으라고 하였다.
점을 친다는 것은 인간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답답할 적에 천지부모님에게 직접 문의하는 행위다. 그러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신성(神聖)하고 경건(敬虔)해야 한다. 대부분 점을 치는 것은 가정이나 개인적인 길흉을 묻기 위함인데, 그건 본래 취지(趣旨)와는 거리가 멀다.
점은 본래 하도와 낙서의 흑백의 점을 본다는 데서 나온 용어다. 즉, 천지가 인간에게 내려 준 고귀한 숫자를 통해서 세상이나 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하도와 낙서, 그리고 그 종합판인 용담도에 대한 비밀을 숙지(熟知)하지 않으면 안 된다.
占은 ‘차지할 점’이라고도 한다. 어떤 장소를 차지하여 자리를 잡으면 점거(占據)라 하고, 다른 나라의 영토를 무력으로 빼앗으면 점령(占領)이라 하며, 남의 것을 빼앗아 차지하면 점탈(占奪)이라 한다. 그런데, 왜 ‘점치다’와 ‘차지하다’를 같은 글자로 쓸까? 사실, 점치는 행위는 무언가 차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차지하다는 ‘사물이나 공간, 지위 따위를 자기 몫으로 가지다’는 말이다. 즉 텅 빈 우주의 허공에서 자기의 몫을 갖는다는 말이다. 그걸 일러주는 게 하도와 낙서다. 특히 낙서는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상극(相剋)의 이치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것은 등에 지고 나온 게 거북이다. 따라서 거북의 등에서 卜하라고 한 것은 지당한 일이다.
占이 들어가는 글자로는 點 点 粘 岾 店 鮎 霑 등이 있다. 點은 黑(검을 흑)과 占을 합한 글자인데 점을 찍으면 검게 보인다고 하여 ‘점 점’이라고 한다. 얼굴이나 몸에 생긴 점을 가리킬 때에도 쓰며, 시험성적을 가리키는 點數(점수)라고 할 적에도 사용한다. 点(점 점)은 點을 간략하게 만든 글자다. 粘은 米(쌀 미)와 占을 합한 글자다. 쌀에는 본래 끈적한 점액(粘液)이 있으니, 끈끈한 기운이 차지하였다고 하여 ‘끈끈할 점’이라고 한다. 끈끈한 흙을 가리켜 점토(粘土)라고 한다. 岾은 山이 차지한 곳을 가리키므로 ‘땅 이름 점’이라고 한다. 店은 广(집 엄, 마루 엄)과 占을 합한 글자인데, ‘가게 점’이라고 하여, 점포(店鋪)라는 말이 생겼다. 霑은 雨(비 우) 밑에 氵와 占을 합한 글자이니, 빗물에 젖은 상태를 가리킨다고 하여 ‘젖을 점’이라고 한다. 점취(霑醉)는 ‘술에 젖은 상태나 몹시 취한 상태를 가리킨다. 鮎은 魚(물고기 어)와 占이 붙었으니 ’메기 점‘이라고 한다. 메기를 가리켜 鮎魚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