勹 쌀 포 (상형) 部
13. 勹 쌀 포 (상형) 部
사람이 몸을 구부려 보따리를 싸서 안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包(쌀 포)라고 하는 글자는 본래가 勹에서 나간 것이다. 이때 밖에 있는 勹는 등을 구부려 무언 가를 안고 있는 외형적인 모습이요, 안에 있는 巳는 배 안에 들어 있는 태아의 모습이다. 巳는 12지지 중에서 2陰火에 해당하는 것으로, 1陽 子水에 들어 있는 음화를 가리킨다. 勹를 부수로 하는 한자로는 勺, 勻, 勿, 匋, 匍 등이 있다.
勺(구기 작)은 아가리가 벌어진 그릇에 어떤 물건이 담긴 형상을 본뜬 글자다. 흔히 술을 대작(對酌 : 서로 따라 줌)한다고 할 적에 勺이 들어가는데, 한 홉의 1/10을 가리켜 勺이라고 한다. 아주 작은 그릇을 가리킬 적에 사용한다. 작수불입(勺水不入 : 한 모금의 물도 넘기지 못함. 음식을 조금도 먹지 못함). 勺은 糸와 합하여 約(묶을 약)으로도 사용한다.
勻(적을 균, 고를 균)은 속에 음양을 싸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다. 음이나 양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덩치는 클지 모르겠으나, 고르게 조화한 것은 아니다. 勻균은 비록 모양은 적지만 골고루 조화를 이룬 모양이다. 勻이 들어간 한자는 고르다는 의미를 지닌다. 흙이 고르게 조화하면 均(고를 균)이라 하며, 맑은 가락이 고르게 조화를 하면 鈞(맑을 균)이라 하고, 밭을 고르게 일구면 勻(밭 일굴 균)이라 하며, 고르게 갈라지면 龜(틀 균, 거북 균)이라고 하는데, ‘균열(龜裂)이 생겼다’고 할 적에 주로 사용한다.
勿(말 물)도 역시 勹를 부수로 하는 글자인데, 본래는 士大夫가 일반 백성을 불러 모을 때 기준으로 세워두었던 깃발을 본뜬 상형문자였다. 사대부가 일단 소집명령을 내리면 그 어떤 것도 다 그만두고 즉각 응해야 한다는 데서 ‘말 물’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놀라지 말라고 하는 것은 ‘勿驚(물경)’이라 하며, 더 이상 논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勿論(물론)’이라 한다. 간절한 사랑을 잊지 말라고 하는 꽃말로 유명한 것은 ‘勿忘草(물망초)’가 있다.
匋(질그릇 도)는 缶(장군 부)를 싸고 있는 모양이다. 장군은 진(秦)나라 시절에 나온 달걀을 눕힌 것처럼 생긴 타원형의 그릇을 가리키는데, 양기가 성한 午를 담고 있는(凵) 상태를 의미한다. 즉, 그릇은 양기를 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질그릇은 흙으로 빚어내고 불에 구워 만든다. 불은 양기이니 결국 질그릇은 양기를 많이 싸고 있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된다. 匋가 들어가는 글자로는 도자기(陶瓷器)도 있으며, 도예(陶藝), 도공(陶工) 등이 있다.
匍(길 포)는 甫(클 보)에서 음을 따 온 성형문자다. 甫는 원래 父(아비 부)와 用(쓸 용)이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다. 아버지처럼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 이는 곧 남성이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상징이다. 진정으로 큰 아버지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려는 심정을 품어야 한다는 뜻에서 ‘엎드려서 배를 땅에 깔고 기다’는 ‘길 포’라고 하였다. 군대에 가면 포복(匍匐)을 무수하게 해야 하며, 야구의 포수(捕手)는 포구(匍球 : 방망이에 맞아 땅 위로 굴러가는 공)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