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형(身形)과 천지(天地)
엄밀히 말하면 머리와 얼굴은 하늘이라고 볼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체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것은 머리 보다는 ‘마음’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늘이 무형인 것처럼 마음도 무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머리를 가리켜 하늘이라고 하는 까닭은, 보이는 것 중에서 굳이 푸른 하늘과 가장 닮았 것이 머리통이라는 말이다. 하늘이라 함은 본래 ‘한 얼’을 가리키는 것이요, 그것은 아무런 형상도 없지만, 눈에 보이는 하늘은 드넓고 푸르게 마련이다. 즉, 푸른 하늘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의 하늘이 아니지만, 하늘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같이, 인체의 머리와 얼굴도 실제 하늘의 형상은 아니지만 하늘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허공은 진정한 하늘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서 하늘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인체의 머리도 진정한 마음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서 마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인체에서 마음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곳을 들라고 한다면 단연 머리인데, 그중에서도 얼굴이다. ‘얼굴’이라는 말 자체가 ‘얼이 다니는 골짜기, 혹은 굴’이라는 뜻임을 감안(勘案)하면 더 실감이 날 것이다.
얼굴을 가리키는 우리말에는 顔(얼굴 안)과 面(낯 면), 容(얼굴 용) 등이 있다. 전체적인 얼굴과 머리통의 윤곽이나 생김새 등 틀을 가리킨다면 容이라 하고, 그중에서도 이목구비가 있는 부위를 가리킨다면 顔이라 하는데, 顔이 깔고 앉은 바탕을 가리켜 面이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용모(容貌)라는 말은 있어도 容面이나 容色 등은 없다. 반면에 顔面이나 顔色 등은 있어도 顔貌라는 말은 없다. 이런 용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허공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통찰(洞察 꿰뚫어 살핌)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허공의 대기가 응기(凝氣 기가 엉킴)하여 나타난 것이 만물인 것처럼, 신체도 역시 마음의 기가 응기한 상태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자신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부모님의 형체와 정기를 이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자신의 뜻대로 형체와 정신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걸 알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부모의 형체와 정신이 자신의 영파(靈波 혹은 心波)와 맞아 떨어졌을 따름이다. 비유하자면 주파수(周波數)가 맞아 떨어질 적에 비로소 모니터에 화면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세한 것은 차츰 차츰 밝히기로 하겠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나온 존재요,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人間)이라고 부른다. 하늘과 땅은 天間, 地間이라고 해서는 안 되고, 天上과 地下라고 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사람을 그림으로 그릴 적에 머리통은 둥근 원형(圓形)으로, 흉복부는 네모진 방형(方形)으로, 팔 다리는 삼각형(角形)으로 그리기 일쑤다. 원형은 원만(圓滿)함을 가리키고, 방형은 방정(方正)함을 의미하며, 각형은 각도(角度)를 나타낸다. 원만하다는 것은 하늘에는 모든 것이 충만하다는 말이요, 방정하다는 것은 땅에서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다는 말이며, 각도는 적재적소의 활용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