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방각 - 1
2. 원방각
하늘이 비록 허공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온갖 것이 다 들어 있다. 다만 무형이기 때문에 빈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이처럼 하늘은 원만함을 상징하는데, 이는 곧 전지전능하다는 의미다. 원만함을 왜 전지전능하다고 하는 걸까? 원만하다는 말은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원(正圓)의 모양은 둥근 곡선이기 때문에 매우 부드럽다. 천지와 일월성신 등이 모두 원형을 유지하는 까닭은, 그 근원이 텅 비어서 둥근 허공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것은 다 무형(無形)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정원의 특징 중에는 단 한 개의 지름이 있다는 사실이다. 원에는 무수한 지름이 있다. 하지만 그 종류는 오직 한 개다. 지금 당장 정원을 그려보자.
⊗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로 표시된 두 개의 지름이 있는데, 그 길이는 동일하다. 이런 지름이 원에는 무수히 많지만, 그 길이는 오직 한 가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절대평등을 의미한다. 하늘은 높고 낮음이 없으며, 길고 짧음도 없는 등, 모든 것이 절대평등하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정의(正義), 공정(公正), 공평(公平), 공의(公義)라고도 한다. 단 한 점의 사심(私心, 邪心)도 없는 곳이 바로 하늘이다. 우리가 하늘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데에 있다. 만약 하늘이 사심을 가지고 특정한 지역에 비를 더 내리든지, 바람을 많이 불게 한다든지, 태양을 더 많이 비치게 한다면 어찌 그 하늘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러기 때문에 하늘은 단순한 허공이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부르며 존숭(尊崇)하는 것이다. 하늘을 보라! 어디 막힌 데가 있는가? 그러기에 하늘은 당당함과 대자유의 상징이다. 그것은 오직 일심으로 모든 것을 다 동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빈부귀천이나 학벌(學閥), 지연(地緣), 인맥(人脈), 산맥(山脈) 등이 전혀 없이 오로지 순일(純一)한 심정으로 모든 것을 만들고 대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마련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머리통이 생긴 것처럼 머리의 생각도 원만해야 한다. 모든 사물을 대할 적에 아무런 차별(差別)을 두어서는 안 된다. 오직 무등(無等)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그럴 적에 비로소 생각이 온전해지며 모난 구석이 없어진다. 생각에 모가 많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이 막힌다는 뜻이다. 생각이 막힐수록 정력(精力)도 막히는 법이요, 정력이 막히면 기력이 쇠약해지고, 그것은 급기야 신명이 어두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다.
둥근 하늘을 바라보면 어딘지 모르게 막힌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그것은 하늘에는 아무런 사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심이 없다는 증거는, 하늘은 아무런 물질을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늘에는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황금을 쌓을 수도 없다. 더욱이 동물이 발을 디디고 사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인간의 생각도 일체 물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