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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방각 5

영부, 精山 2012. 4. 18. 07:53

 

인체가 죽고 살고 하는 것과 천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지상천국(地上天國)’을 만들라고 많은 성인들은 가르쳤다. 죽은 다음이 아니라 살아 있으면서 천국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요, 그 다음에는 심판이 있으리라’고 한 말씀은 인체를 가리킨 것이 아니라, 육에 속한 몸이 죽어야 영에 속한 몸이 살아난다는 말씀이다. 이런 이치를 잘 깨달으면 삶과 죽음에 대한 명제(命題)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런 것은 앞으로 많은 언급이 있을 것이기에 여기서는 땅과 방(方)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하기로 한다.

 

땅에는 두 개(한 쌍)의 지름이 있다. 그것을 기호로 나타내면 ×나 十의 모양이 되는데, 이는 곧 4방을 가리킨다. 둥그런 0은 사실 一로 이루어진다. 一이 끊어지지 않고 곡선으로 휘어진 것이 바로 원이다. 이에 비해 방은 네 개의 선이 직선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네 개의 직선이라고 하지만 실은 두 개의 선이 겹친 모습이다. 그것이 형태를 취하면 ×나 十이 된다. ×나 十에는 4방이 있으며, 이것을 직선으로 이은 것이 바로 방형이다.

 

여기서 생각할 것이 있으니, 하늘은 곡선이요 땅은 직선으로 표시한다는 사실이다. 곡선은 여성을 상징하고 직선은 남성을 상징한다. 곡선과 직선의 의미는 무엇일까? 곡선은 부드러움을 가리키고, 직선은 강함을 말해준다. 부드러움은 나약한 듯 하고, 직선은 힘차게 보인다. 곡선은 왜 부드럽게 보일까? 그 답은 앞에서 살핀 것처럼 하늘은 텅 빈 허공이기 때문이다. 텅 빈 곳은 출입(出入)이 자유로운데, 이는 곧 부드러움을 가리킨다. 이와 반대로 땅에서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므로, 남보다 먼저 무언가 이루려고 한다. 그러자면 자연스럽게 빠른 길을 찾게 마련인데, 그것이 바로 직선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혼자 보다는 동지를 규합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므로 땅을 가리키는 방(方)에서는 지름의 종류가 한 쌍이다. 하늘을 가리키는 원형에서는 무리를 짓는 일이 없지만, 땅에서는 항상 패거리를 짓는 것은 이런 숙명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물질문명이라고 부른다.

 

땅을 모가 난 방(方)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와 같은 이유가 있으니, 모가 났다는 말은 변화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원은 모가 나지 않은 모양을 취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런 변화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형인 하늘이나 마음은 본래 원만하여 모가 나지 않는 법이지만, 현실에서는 대개의 경우 사람의 마음은 모질다. 그 원인은 육체를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육체는 본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제약을 받기 때문에 모가 날 수밖에 없다.

 

모가 난다는 말은 ‘모를 내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논에 벼를 심기 전에 모판애 있던 모종(某種)을 이식하는 것을 가리켜 ‘모내다’라고 하는데, 이는 곧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모퉁이를 돌다’라는 말도 역시 걷고 있던 길이 꺾어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땅에서는 항상 변화가 벌어지기 때문에 방형(方形)으로 그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