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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방각 - 6

영부, 精山 2012. 4. 19. 08:42

 

모를 가리켜 방(方)이라고 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方이라는 글자는 본래 두 척의 조각배를 나란히 하여 놓고 이물을 서로 묶어 놓은 모양을 본뜬 글자다. 이물은 선수(船首 배의 머리)를 가리킨다. 바닷가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배를 한데 묶어 놓아 떠내려가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方에는 ‘묶다, 동여매다’는 의미가 들어 있으니, 땅은 모든 물질을 한데 동여맨 곳이다. 방책(方策)이나 방법(方法)이라는 말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꾀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땅은 모가 났으며, 그것을 방형이라고 하는 까닭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모가 났다고 하여 반드시 나쁘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모가 나지 않으면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며, 변화가 없다 함은 곧 죽음이나 무료(無聊)함, 권태감(倦怠感)을 가리킨다. 사실, 땅에서 무상(無常)한 변화가 벌어지는 이유는, 하늘을 그대로 대행(代行)하기 때문인데, 다만 하늘은 모든 것이 무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아예 변화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늘처럼 잘 변하는 것도 없다. 그것은 육신이 변한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처럼 잘 변하는 것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마음은 무형이기 때문에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따름이다. 마음의 변화는 육신으로 나타날 적에 감지하게 된다. 즉, 하늘의 변화는 모진 땅에서 감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땅에서의 모는 4방으로 벌어진다. ⃞의 모양에는 네 개의 모퉁이가 있는데, 이것은 땅의 변화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는 걸 일러준다. 그것은 동서남북이라는 4방과 춘하추동이라는 4시다. 4시는 시간이요, 4방은 공간이므로 땅에서의 4대 변화는 곧 ‘시공의 변화’를 기초로 한다. 이런 변화에 대한 자세한 실상은 차후에 장(場)을 달리하여 언급하는 게 좋겠고, 다만 여기서는 원방각에 대한 것에 치중하기로 한다. 하늘은 모난 곳이 없이 오직 한 종류의 지름만 있기 때문에 굳이 계략이나 술수를 쓸 필요가 없지만, 땅은 크게 모난 곳이 네 개나 되고, 지름의 종류가 무리(한 쌍)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져 계략과 술수가 난무(亂舞)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땅은 아비규환(阿鼻叫喚 :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줄인 말, 아비지옥은 코롤 숨 쉴 쉬기 힘든 곳이며, 규환지옥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곳)처럼 보이지만, 方에는 모든 걸 正하게 하는 능력도 있어서 방정(方正)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른바 언행과 품행이 방정하다‘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집터를 닦을 적에도 방형으로 하며, 기초를 놓을 적에도 방형으로 하는 까닭은, 그것이 가장 안정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불안하며 밑으로 내려갈수록 안정되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땅은 가장 밑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반대로 하늘은 가장 위에 자리를 잡는데, 그만큼 불안하다. 사람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이유는 가장 안정된 상태가 땅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얼굴의 모양이 둥글수록 자유분방하여 어디로 튈지 모르게 행동거지가 예측 불가능하게 마련이며, 사근사근 붙임성이 좋은 반면에 금방 싫증을 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얼굴이 사각형이 될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기질이 강하다. 마치 태산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한 번 믿으면 좀체로 바꾸지 않으려는 기질이 강하여 안정감이 있다. 이처럼 하늘과 땅은 극과 극을 이루는데, 이 둘이 서로 한데 합친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원과 방을 함께 섞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 그 답은 계란형(鷄卵形)이다. 얼굴의 윤곽이 계란형이라고 하여 다 이상적이라는 건 아니다. 그것은 전체적인 윤곽일 뿐, 이목구비 하나하나와 안색과 윤기 등등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런 것은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관상학(觀相學)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것은 따로 언급하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