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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간 - 1

영부, 精山 2012. 5. 11. 07:40

5. 천간(天干)

 

사람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시공을 초월해서 사는 존재는 있을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예부터 시공을 가리켜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고 했다. 그 뜻은 ‘하늘과 땅의 그물’이라는 말이다. 하늘과 땅은 촘촘한 그물로 이루어졌다. 이 그물을 다른 말로 ‘천기지강(天紀地綱)’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기강(紀綱)’이라고 한다. 천지가 짜 놓은 그물망을 벗어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성경에도 이르기를 부활한 후의 예수의 말씀을 믿고 그물을 던졌을 적에 153마리나 되는 물고기가 잡혔어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이때의 그물도 역시 천지의 기강을 가리킨 것이다. 153은 천지의 8괘와 9궁을 합한 17이 9변을 한 상태(17 × 9)를 가리킨 것이니, 이 역시 유형과 무형의 온전한 변화를 의미한다. 유형과 무형으로 온전한 변화를 해야 비로소 부활에 이른다는 상징적인 숫자가 바로 153이다.

 

천지는 커다란 그물이다. 그물은 가로(橫 가로 횡), 세로(縱 늘어질 종)로 짜여졌다. 이를 가리켜 종횡(縱橫)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경위(經緯)라고도 한다. 지구본을 보면 경도(經度)와 위도(緯度)라는 게 있는데, 이를 줄이면 경위가 된다. 가로와 세로를 합치면 十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앞에서 이미 말한 10과 같다. 숫자를 굳이 1에서 10까지 열 개로 정한 것은, 그물의 가로, 세로를 합하면 十이 되기 때문이다. 그물은 모든 것을 담는 그릇이니, 열 개의 숫자인 十은 곧 모든 사물을 다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된다.

 

사람도 역시 十을 하여 태어난 존재이니 인체의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는 경위, 종횡, 기강이 합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나를 찾는 일은 이와 같은 그물을 우선 제대로 보는 데에 있다. 이는 곧 자신의 처한 위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시공 속에서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공간은 불변하는 그물이요, 시간은 항상 변하는 그물이다. 그물 자체는 변함이 없으나, 그것을 사용하는 시간은 매번 다르게 마련이다. 불변하는 그물을 가리켜 천간(天干)이라 하며, 항상 변하는 그물을 가리켜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은 10개로 되어 있으며, 지지는 12개로 되어 있다. 10개로 되었다는 것은 하도의 중심에 있던 열 개의 검은점을 가리키는 것이니, 곧 5방이 음양으로 벌어진 상태다. 또는 5행이 음양으로 벌어진 것이라고도 본다. 이에 비해 12지지는 6기가 음양으로 나타난 상태, 혹은 중심에 있던 3신이 4방에서 변화하는 상태라고도 본다. 사람으로 친다면 10천간은 얼굴에서는 5관이 음양으로 나뉜 상태라고도 할 수 있으며, 몸통에서는 목(간, 담), 화(심장, 소장), 토(비, 위), 금(폐, 대장), 수(신, 방광)을 가리키며, 사지에서는 열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