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천간 - 2
이처럼 10이라는 숫자는 형상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8괘의 형상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와는 반대로 12라는 숫자는 대부분 형상이 없다. 예를 들면 얼굴에는 육식(六識 -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이 있는데,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라는 유형적인 기관을 가리키는 5관을 터전으로 해서 일어나는 무형적인 앎을 가리킨다. 또한 몸통에서도 눈에 보이는 열 개의 장부(腸腑)를 터전으로 해서 발생하는 6기가 음양으로 벌어진 12경락이 이에 해당한다.
12경락은 기가 변화하는 통로인데, 형상이 없으므로 서양의학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아득한 옛날부터 엄연한 학문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니, 이것이 동서양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손가락과 발가락을 보면 형상적인 가락은 분명 오지(五指)다. 하지만 네 가락에는 각기 세 마디가 있어 도합 12마디가 있다. 물론 엄지가락도 있지만, 그것은 두 마디가 달렸으니 세 마디가 달린 네 가락과는 다르다.
네 가락 12마디는 하루 12시간과 1년 12개월이 순환하는 이치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엄지의 한 마디는 5를 가리키는 것이니 두 마디는 10천간을 가리킨다. 엄지손가락은 나머지 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짚을 수 있으니, 이는 곧 하늘의 빛은 땅 구석구석을 비추어준다는 말이다. 네 손가락은 4상을 가리키고, 그것이 각기 세 마디로 된 것은 3신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엄지의 두 마디는 하늘의 두 광명을 가리키니 日月이 바로 그것이다.
네 손가락을 헤집고 엄지의 두 마디가 다니는 것처럼, 하늘의 음양인 일월은 땅의 4상을 헤집고 다닌다. 4상과 중심의 음양을 합하여 5행이라고 하는 것처럼, 네 손가락과 엄지를 합한 5지는 바로 5행을 가리킨다. 엄지가락은 다른 가락에 비해 제일 짧아서 낮은 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는 곧 뿌리는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에서 알아본 결과, 5와 그것이 음양으로 벌어진 10은 형상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6과 그것이 음양으로 벌어진 12는 무형의 변화와 그 작용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즉, 5와 10은 6과 12가 움직이는 바탕(體)이요, 6과 12는 5와 10을 터전으로 해서 움직이는 용(用)이라고 한다는 걸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천지에 비유해서 말한다면, 하늘은 바탕을 5행(10)으로 하면서 땅의 6(12)기가 움직이며, 반대로 땅은 6기를 바탕으로 하면서 하늘의 5행(혹은 5성 - 목화토금수)의 빛이 골고루 비치는 곳이라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