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천간 - 7
甲寅은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3木으로 충만하다. 3은 벌어지는 힘을 가리키는데, 천지간에 온통 3목으로 충만하니 벌리고 벌어지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흔히 말하는 ‘박력(迫力)’의 상징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업무를 추진하고 펼쳐내는 데에는 甲寅을 능가할 만한 것이 없다. 같은 木이라고 하여도 8陰木은 조용하게 안정을 취하려고 하지만, 3陽木은 약동하는 용출력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므로 가만히 있지 못한다.
특히 木은 위로 솟구치면서 발산하는 힘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권위나 체면이 손상되거나 부당한 억압을 받는다면 강한 반발을 하게 마련이다. 흔히 운동권이나 투쟁하는 대열의 선봉에 서는 일은 甲寅이 제격이다.
옳고 그름을 분간하여 차분히 대응하려 하지 않고, 대개의 경우 태양과 같은 밝음(사회정의, 진리구현, 민주화운동 등)을 대의명분(大義名分)으로 하는 일을 좋아한다. 냉철한 이성이나 판단력은 金水의 기운이 주로 하는 일이므로 갑인과는 거리가 멀다.
주위의 도움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는 것도 甲寅의 특장이라고 할 수 있으니, 子水의 도움이나 申金의 극을 받는 甲子나 甲申 등과 다른 면이 바로 이것이다. 즉, 갑자나 갑신 등은 주위의 여건이나 환경, 눈치 등을 보면서 일을 추진하지만, 갑인은원체 그 기가 강하므로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주체성이 확고한 것이요, 나쁘게 흐르면 독선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러면서도 본성이 동방의 목이므로 자신을 위한 일 보다는 주위를 환하게 밝게 하려는 본능이 강하다. 3은 본래 변화를 가리키는 상징이므로 갑인은 변화와 처세에 능하다. 흔히 독선으로 흐르면 외고집인 경우가 많지만, 갑인은 고집스럽다기보다는 너무 자유분방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호탕하고 친근하며 사교적이어서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모질지 못하여 어려운 일을 보면 과감하게 인정을 베풀기도 하는데, 비교적 스케일이 큰 편이다.
甲寅은 寅時(새벽 3시 ~ 5시)의 木과 동방을 가리킨다. 인시는 태양이 동천에 떠오르는 시간인데, 마치 호랑이처럼 그 기세가 강하다. 甲子가 춥고 어두운 시간 중에서도 조용하게 子水의 기운을 받으면서 巨木으로 드러날 준비를 한 상태라면, 갑인은 기세를 활짝 펼친 모습이다.
그러므로 木의 특징과 기상이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으로 본다. 계절로 치면 寅은 立春에 해당하는데, 이때는 초목이 기나긴 겨울의 혹한을 벗어버리고 두터운 땅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탄력을 지니는데, 그것이 바로 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