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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지 - 4

영부, 精山 2012. 6. 5. 08:29

하늘은 무형이기에 불변한다고 보면 어떨까? 불변은 대개 잘 변하지 않는 걸 가리킨다. 하늘과 땅 중에서 항상 변하는 건 땅이다. 하늘은 본래 무형이기에 변하고 말고 할 것이 애초에 없다. 6기의 작용은 하늘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땅에서 3음과 3양이 어울리는 순간부터 생긴다. 이에 반해 5행은 하늘에 있는 것이지만 사실 아무런 변화나 작용을 하는 건 아니다. 5행이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지지를 만나면서부터다. 즉, 무형의 하늘이 그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땅이 회전하면서부터다.

 

이렇게 하늘은 불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인체로 비유해서 말한다면 5관, 5지 등과 같은 유형체라고 한다. 5관이나 5지 등은 물론 늙어가고 낡아가는 등 변화를 하게 마련이지만, 6식이나 6감, 6기처럼 잘 변하는 건 아니다. 즉 5는 주체가 되고, 6은 작용을 상징한다. 그러기 때문에 5는 體라 하고, 6은 用에 속한다고 하는 것이며, 5는 運을 하고 6은 氣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하늘은 무형이지만 모든 것의 체가 되고, 땅은 유형이지만 用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즉 5가 인체에서 유형적인 상태로 나타나고, 6이 무형적인 상태로 나타나는 것은, 有를 실상으로 보고, 無를 허상으로 본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인체의 5장과 6부에 대한 관찰도 이런 것과 연결하면 매우 색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예를 들면, 5장은 음에 속하고, 6부는 양에 속한다고 하지만, 5장은 하늘의 기능을 담당하며 6부는 땅의 기능을 담당한다. 즉 5장은 10천간과 같고, 6부는 12지지와 같다는 말이다. 12경락이라는 것은 6기가 음양으로 벌어진 상태를 가리킨 것이므로, 하늘이 아닌 땅의 변화가 벌어지는 걸 인체에서 살핀 것이다. 하지만, 6보다 원천적인 것이 5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땅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하늘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기에 땅은 하늘의 반사체인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선 대하기에는 땅이 쉽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하늘을 찾아가야 한다는 걸 통감하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6기보다 5행이 더 중요한 법이다. 말 그대로 하늘은 天干이요, 땅은 地支라고 하지 않는가?

 

나를 찾는다는 것은 이와 같은 천지와 인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일로부터 출발하는 일이다. 이 모든 원리는 사실 하도로부터 나온 것인데, 하도에 등장하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는 10천간을 가리킨다는 건 금방 알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12지지가 나온다는 것은 금방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숫자는 열 개 밖에 없기 때문에 12라는 숫자와 연결한다는 게 어려울 수밖에. 그러나 그 근본적인 원리를 모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