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간장 - 5
앞서 말하기를 간(肝)은 12지지로는 亥돼지요, 5행으로는 6水이며, 6기로는 궐음풍이고, 12경락으로는 족궐음이며, 5장에서는 목이라 하였다. 간을 돼지라고 한 것은 6水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니, 水중에서도 6水는 많은 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돼지가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처럼 간도 역시 다량의 혈액을 보관한다. 간의 색은 본래 봄의 기운을 닮아 청색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색깔은 자색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간에 풍부한 혈액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간의 5행은 木이다. 목의 특징은 탄력이다. 그러기 때문에 간은 2/3를 잘라내도 다시 복원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런 것이 오히려 간의 질병을 늦게 발견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체 木으로 상징되는 生氣가 강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금방 생기를 회복하기 때문에 피로를 잘 못 느낀다. 만약에 인체에 피로감이 잦아진다면 이미 간에 상당한 부하(負荷)가 걸린 상태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생기는 바람을 가리킨다. 사람이 피곤을 느끼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산소가 부족한 상태라고 보면 무방하다. 산소는 바람이 불어야 공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간은 바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죽하면 간을 가리켜 족궐음풍목이라고 했을까? 같은 궐음풍목이라고 하지만 心包는 형이상적인 바람이요, 간은 형이하적인 바람을 가리킨다. 형이상적인 바람은 곧 지식적인 우월감을 가리키는데 비해, 형이하적인 바람은 물질적인 힘을 보유하여 생기는 우월감이나 만족감을 가리킨다.
그러기 때문에 돼지와 간을 같이 결부시킨 것이다. 돼지에게서 知的인 이미지를 찾는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대신 먹성이 좋아 힘이 좋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건 쉽다. 그러기 때문에 같은 궐음이라고 하여도 수궐음 심포경에 해당하는 뱀(巳)는 지적이면서 靜的인 우월감이니 신비감을 상징하지만, 족궐음 간경에 해당하는 돼지는 動的인 木의 성질을 상징한다. 술을 마실 적에도 남보다 호기롭게 마셔야 하며, 돈을 써도 과시할 욕망이 강하기 때문에 ‘손이 크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바람은 본래 한 군데 안주(安住)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요동(搖動) 치는 편인지라, 족궐음의 성격이 강한 사람은 한 직장이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은 본래 ‘희망’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웬만해서는 좌절이나 포기, 단념을 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살며 배포가 강한 편이다. 돼지의 모습을 보라! 그 모습에서 어디 우울증이나 번뇌나 망상에 끄달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고사상에서도 돼지는 웃고 있을 정도로 낙천적이며 소탈하다. 그것이 바로 족궐음 간경의 성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