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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간장 - 7

영부, 精山 2012. 7. 3. 08:32

궐음의 기운이 體에서는 筋(힘줄 근)이 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줄을 보라. 그것은 부드러운 살(肌肉)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단단한 뼈(骨)도 아니지만,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동시에 지녔다. 본래 水火의 중화체가 木이기 때문에 이런 중화체로 그 모습을 띠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 중에서 木의 성질을 잘 나타낸 것을 들라고 한다면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다.

 

탄력으로 말하면 고무가 木의 성질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木중에서도 土의 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플라스틱은 木중에서도 金의 성질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물과 5행을 연계해서 본다면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격물치지라 함은 이를 가리킨 게 아닐까?

 

筋이라는 글자를 보면 竹과 肋(갈비 륵, 힘줄 근)이 합하였다. 竹은 탄력이 강하여 굽히지 않는 진취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아마 植物 중에서도 木의 성질을 제일 잘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肋은 음(月)적인 힘(力)을 강하게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따라서 筋에는 인체의 음적인 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늑골(肋骨)이 보호하는 장기는 족궐음 간, 수소음 심장, 수태음 폐인데, 이 세 장부는 6기 중에서 음에 속한 것이다.

 

‘힘줄‘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筋은 힘을 키워내는 줄기다. 인체에서의 힘은 산소(酸素)가 좌우한다. 힘이 없다가도 맑은 산소가 많은 수풀에 들어가면 생기가 솟는 까닭은 산소가 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5행으로 金에 속하는 폐는 金克木을 하는데, 폐가 공기정화작용을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風을 정화하지 않으면 간에 생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걸 방지하는 작용을 폐가 한다.

 

그러기 때문에 궐음의 맛을 가리켜 산(酸 초 산, 실 산)이라고 하였다. 산(酸)은 식초처럼 신맛을 가리키는데, 酉와 允(진실로 윤)과 攵(칠 복)을 합성한 문자이니, 이는 곧 후천의 정월 세수가 酉月로 머리를 드는 것처럼, 부드러운 木의 맛에 청량한 酉金의 맛이 더할 적에 비로소 진실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힘‘이라는 용어도 실은 ’희다‘에서 온 것인데, 희다는 것은 서방의 金氣를 가리킨다. 金極生木하지 않은 힘은 자칫 만용(蠻勇)이 되기 십상이므로, ’오장천착론‘에서 말하기를 ’간장질환은 수양명 대장을 치료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대장도 역시 5행에서는 金장부로 보기 때문에 금극목의 원리를 적용하라고 한 것이다.

 

신맛을 내는 식품으로는 식초가 최고인데, 체조선수들이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식초를 많이 마신다는 속설은 과연 타당할까? 5행이나 6기적으로 보면 신맛은 木이요 목은 부드러움과 탄력의 상징이므로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왜 신맛은 몸을 부드럽게 할까? 그 답은 木은 본래 水火의 중화체이기 때문이다. 水火의 중화체라면 金도 있는데, 그렇다면 金의 맛인 매운맛도 인체를 부드럽게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건 아니다. 비록 木과 金은 다 같이 水火의 중화체라고 하지만, 木과 金은 서로 상대적인 것이어서 木이 부드럽게 한다면, 金은 그 반대로 몸을 단단하게 한다. 金에 대해선 따로 언급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계속하여 木과 연관된 것만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