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간장 - 10
궐음의 기운이 만약 액체로 나타난다면 루(淚눈물 루)가 되는데, 그것은 마치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것과 같다. 눈물에도 涕(눈물 체, 울 체)가 있는데, 淚와 다른 점은 감정이 격해져서 나오는 눈물을 涕라 하고, 생리적인 반응으로 나오는 눈물은 淚라고 한다. 예를 들면 최체탄(催涕彈)이라는 말은 없어도 최루탄(催淚彈)이라는 말은 있으니, 최루탄은 감정이 격해져서 나온 것이 아니라, 독가스에 반응하여 생리적으로 나온 것이다. 만약 눈이 건조하여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간으로 통하는 경락이 막혔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눈물샘이 마르다’고 하는데, 실은 간의 경락이 막힌 것이다.
궐음의 영화(榮華)는 조(爪손톱 조)가 된다고 하였으니, 손톱을 보면 간의 영화를 알 수 있다. 간의 성쇠와 빈약은 곧 손톱의 상태로 드러나는데, 손톱이 빈약하면 간도 빈약한 것이요, 손톱이 되바라지면 간의 기운도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손톱은 단단함과 동시에 부드러움을 지녔으니, 전형적인 木의 기운을 가리킨다. 손톱을 깎아도 속히 자라는 것은, 본래 궐음의 기운이 그렇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톱이 더디게 자라거나 아예 자라지 않는다면 반드시 간의 기운이 부족한 상태다. 만약 간에 열이 있다면 얼굴빛이 푸른 동시에 손톱이 마르게 마련이다.
궐음의 기운이 적당하면 木生火의 이치에 의해 손톱이 핑크빛을 띠게 마련이지만, 만약 손톱전체가 뿌옇게 흰색으로 보인다면 金의 기가 막강해져 金克木이 된 경우다. 금이 강해지면 木이 뿌리를 내리기 힘들게 되니 손톱이 연약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중금속이나 약물에 중독된 경우에도 간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서 손톱에 그 반응이 나타난다. 반대로 궐음목의 기운이 너무 강해지면 木克土의 작용으로 인해 비장이 타격을 입게 되어 손톱이 아예 끝이 갈라지거나 발육이 되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노화현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土의 기운이 한 쪽으로 치우치면 노화현상이 벌어진다. 만약, 손톱이 검푸른 빛이 나타난다면 대개의 경우 술로 인한 중독이다. 만약 손톱 밑에 흰무늬가 커다란 반달처럼 생긴다면 거의 몸이 냉해진 상태다.
궐음의 취(臭냄새 취)는 조(臊누릴 조)가 된다고 하였는데, 흔히 말하는 ‘누린내’가 그것이다. 화기가 강하면 타는 냄새가 나면서 그 맛은 쓴맛이 되지만, 궐음 기운이 강하면 눌러 붙는 성질이 드세져 ‘누린 내’가 나면서 그 맛은 ‘신맛’이 된다. 궐음 기운에 눌러 붙는 기운이 강하게 되는 이유는, 본래 木은 강력한 형상을 자연에 눌러 붙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즉, 집착이 강하다. 반대로 金의 기운은 모든 걸 원래대로 귀일하게 하는 능력이 강하니, 금의 기운이 강할수록 맑고 청아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木의 기운이 강할수록 탁하게 마련이다. 간의 색은 탁한 색이지 결코 맑은 색이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궐음의 괘(卦)는 진(震)이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궐음을 바람이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손괘(巽卦)라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궐음에도 수궐음과 족궐음이 있으니, 수궐음은 손괘가 되고, 족궐음은 진괘라고 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손괘는 비록 땅의 4상이지만 양이 더 많으니 형이상에 속하여 수궐음이라 하며, 진괘는 비록 하늘의 4이지만 음이 더 많으니 형이하게 속하는 족궐음이라고 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괘의 모습을 보면 맨 밑에 한 개의 양효가 있고 그 위에 두 개의 음효가 있어서, 강력하게 밑에서 반발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간은 역동적인 활력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역동적인 것으로는 수궐음 심포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로 감정이나 심리적인 면으로 흐르는데 반해, 족궐음 간장은 물리적인 면으로 그 기운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