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괘 이야기 111 - 팔괘와 오행
5행을 가리킨 것은 하도다.
팔괘는 그 5행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왔다.
5행은 속에서 움직이는 무형적인 변화상을 가리키고, 8괘는 겉으로 드러난 형상을 가리킨다.
이처럼 둘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8괘를 억지로 5행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이상한 모양새가 되기 십상이다.
낭월 선생이 건괘를 丙火로, 태괘를 丁火로 보고, 간괘를 壬水요, 곤괘를 癸水로 본 것은 그런 것의 전형적인 사례다.
8괘에서는 火를 리괘☲라 하고 水는 감괘☵라고 한다.
그 이유는 불은 본래 겉으로는 밝은 양이지만 속에는 어둡고 차가운 음이 도사리고 있으며, 물은 반대로 겉으로는 차가운 음이지만 속에는 따스한 양이 있기 때문이다.
불은 겉으로는 밝지만 속은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고, 물은 겉은 어둡고 차갑지만 속에 양이 있어서 따스하고 투명하다.
순양의 중심을 잡아 주는 1음을 가리켜 물이라 하고, 순음의 중심을 잡아 주는 1양을 불이라고 하는 게 형상대로 본 관점이다.
이토록 명명백백하게 불과 물의 형상을 괘상으로 나타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물을 곤괘와 간괘라고 보는 것은, 전형적인 5행의 관점이다.
4상중의 태양=을 火로 본 것은 하도의 맨 위에 2, 7화를 배치한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고, 태음==을 水로 본 것도 역시 하도의 맨 아래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보니까 당연히 소음과 소양을 각기 3, 8 木과 4, 9金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오늘 날의 우리 역학자들의 실상이다.
나도그렇게 본 적이 있었는데, 현무경과 용담도를 대하면서 그것이 그릇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도의 중심에는 태극이 5, 10토로 들어 있었다.
그러나 8괘에서는 태극이 없다.
왜냐하면 8괘는 형상을 가리킨 것이기 때문이다.
태극은 형상이 음양으로 갈라지기 이전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인데 어찌 괘상으로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건 학문의 기초가 튼실하면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주제
왜 복희 8괘에서는 수화목금토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천책화뢰풍수산지라는 이름을 사용했을까?
이것이 형상으로 본 물과 불이다.